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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형 님의 글
작성일 2007-12-12 (수) 11:41
분 류 mbti
ㆍ추천: 0  ㆍ조회: 2537      
IP: 218.xxx.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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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TI의 문제점과 과제 ”

MBTI의 문제점과 과제



2007년 10월 16일 화요일

심리학자 김태형



내가 여러 인물들에 대한 성격분석을 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주로 하는 얘기는 “MBTI는 검사를 통해 자기 유형을 파악하는 것인데, 당신은 어떻게 검사도 하지 않고 유형을 판단하느냐?”라든가 “MBTI 검사결과와 당신의 유형판단이 다르다”는 것이다.





MBTI 검사와 성격이론의 차이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문제제기들은 내가 성격분석을 할 때 사용하는 영어 이니셜과 성격을 16가지로 분류한 것이 MBTI와 동일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이다. 그러나 비록 일련의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MBTI 검사를 별로 신뢰하지 않으며 그 진영의 학자들과는 다른 이론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가 궁금한 분들은 MBTI 책들과 내가 공저한 <성격과 심리학>(김태형·전양숙, 새뜰심리상담소, 2007)을 비교해보시기 바란다.

이런 점을 분명히 하면서 위의 질문에 대답을 해보겠다.





우선 첫째 질문에 대한 대답.

내가 제시한 성격이론은 각각의 심리적 유형에 대한 정확한 이론적 해명에 기초해 한 개인의 성격을 추론해나가는 방식을 따른다. 따라서 나는 성격분석을 할 때 MBTI 검사를 전혀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MBTI 검사가 부정확하다고 보기 때문에(그러나 MBTI 진영의 학자들도 검사가 불가능한 역사적 인물에 대해 유형판단을 하고 있음을 상기시키고 싶다).

MBTI와 내 성격이론이 같은 영어 이니셜을 사용하고 있는데 대해서 일부 사람들은 ‘왜 MBTI의 개념을 무단으로 차용해서 사용하느냐’라는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MBTI의 영어 이니셜과 개념은 칼 융(Carl Gustav Jung)이 제시한 것이지 MBTI 검사자들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따라서 나와 MBTI 이론가들은 모두 융의 개념을 기초로 이론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융의 이론을 더 올바르게 과학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켰는가 하는 점은 앞으로의 학문적 논쟁과 성과가 말해줄 것이다.





둘째 질문에 대한 대답.

MBTI 검사결과와 나의 유형판단은 당연히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그 이유는 MBTI 검사가 빈번하게 부정확한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따라서 MBTI 검사 결과가 정확할 경우에는 나와 같은 유형판단이 내려질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다른 결론이 나올 것이다.





내가 진행하는 성격분석에 대한 일부 사람들의 비판은 MBTI와 내 성격이론을 똑같은 것으로 오해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기에, 그분들의 비판은 초점을 비켜난 것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내 주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비판을 하려면 <성격과 심리학>을 통해 제기한 내 성격이론을 비판해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언제라도 비판적 의견을 경청하고 학문적 토론을 할 의사가 있음을 밝혀두는 바이다.





MBTI는 심리검사가 아닌 유형판단 지침서





이왕 말이 나온 김에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에 대해 약간 짚고 넘어가겠다.

마이어와 브릭스가 개발한 MBTI는 Indicator(지시서 혹은 지침서로 해석할 수 있다)라는 단어가 말해주듯이 심리검사가 아니다. 단지 유형을 판단할 때 사용하는 ‘참고서’일 뿐인 것이다.

MBTI가 심리검사가 될 수 없다는 말은 그것이 ‘신뢰도’와 ‘타당도’를 결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뢰도’란 용어는 심리측정학에서 쓰일 때는, 항상 일관성(consistency)을 의미한다. 검사신뢰도란 동일한 검사(identical test) 또는 그 검사와 동등한 검사 형(equivalent form)을 가지고 재검사할 때 똑같은 사람들한테서 관찰된 점수들의 일관성을 말한다.(<심리검사론>, Anne Anastasi/김완석·손명자 역, 율곡출판사, 1994, 48~49쪽)





동일한 사람이 시차를 두고 MBTI 검사를 했을 때 각기 다른 유형으로 판정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이 지침서의 신뢰도가 매우 빈약함을 보여주는 한 예일 것이다.

타당도에 대해서도 같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타당도는 심리검사가 측정하려는 것을 실제로 얼마나 정확히 측정하는지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주로 검사의 예언능력과 관련이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MBTI의 문항들은 타당도와 관련된 정확한 준거틀로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그 검사의 예측능력 또한 불확실하다.

신뢰도와 타당도를 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비록 카드점이나 사주팔자 같은 것들보다는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보이더라도 MBTI는 심리검사로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MBTI의 부실한 이론적 기초





유형판단의 지침서인 MBTI에 문제가 많은 것은 본질적으로 그 이론적 기초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이는 마이어와 브릭스가 MBTI를 개발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는데, 그들은 여러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를 기초로 사람들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 차이에 기초해 유형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 유형분류가 융이 제기한 심리적 유형과 비슷하다는데 착안해 융의 개념을 접목시켰다.

마이어와 브릭스의 이러한 연구방법론은 전형적인 미국식 귀납추리라 할 만하다. 즉 아주 많은 사람들의 심리적 특성을 실증적으로 관찰하고 수집해 그것을 각 유형별로 분류해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집돼지와 멧돼지를 열심히 관찰해서 여러 가지 구체적인 특성들을 밝혀내고 그것들을 각각 집돼지와 멧돼지에게 할당한다. 그리고 그렇게 분류된 특성에 근거해 다시 집돼지와 멧돼지를 구분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즉 멧돼지는 집돼지에 비해 이빨이 길고 날카로우며 달리는 속도도 더 빠르다는 특성들을 파악하고 그것을 멧돼지의 특성으로 규정한 다음 그것들에 기초해 돼지들을 집돼지와 멧돼지로 나누는 식의 이론을 개발한 것이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서 MBTI의 문제점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마이어와 브릭스는 집돼지와 멧돼지가 가진 각기 다른 구체적인 특성들은 찾아냈지만 ‘왜 그런 특성들이 발생하게 되는지’를 이론적으로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문은 구체적인 현상에 대한 수집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그런 현상들을 만들어내는 본질까지 밝혀내야 한다. 예를 들어 직관형(N)이 미래지향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 밝히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직관형(N)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그런 특성들이 나오는 것일까 하는 문제를 해명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위해서는 직관형(N)에 대한 정확한 이론적 규명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MBTI 이론은 대부분 각각의 유형이 가진 특성을 나열하는 데만 주목할 뿐 그런 특성을 만들어내는 근원인 ‘심리적 유형’에 대한 본질적이고 이론적인 해명을 제공하지 않는다. MBTI는 여러 특성들을 유형에 맞춰 분류는 잘 해놓았지만 왜 그것들이 그런 식으로 분류가 되는지 또 각각의 유형이 어째서 그런 특성들을 낳는 것인지는 거의 밝히지 못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좀 심하게 말하자면 많은 MBTI 연구자들이 각각의 유형이 가지는 특성들을 외우고 그 지식에 근거해 유형을 판단하는 수준 이상으로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명쾌한 과학적, 이론적 해명이 없는 현상 외우기식 연구는 논리적 추론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사고형(T)에 대한 정확한 이론적 해명이 이루어진다면, 비록 책에서 언급되거나 제시되지 않았더라도, 그 유형이 가질 수 있는 다른 특성까지도 추론할 수 있게 해주지만 반대의 경우는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MBTI 책들이 대부분 내향(I)-외향(E), 감각(S)-직관(N), 감정(F)-사고(T), 실천(MBTI의 경우에는 판단)(J)-인식(P)에 대한 정확한 이론적 해명은 거의 하지 못하거나 얼렁뚱땅 얼버무리고 넘어간 채, 각각의 유형이 가진 특성들만 잔뜩 나열해놓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태양의 본질을 잘 아는 사람은 태양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현상들도 해명할 수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들만 잔뜩 외우고 있는 사람은 자기가 외운 것과 조금만 다른 현상이 발생해도 혼란에 빠질 것이고 결코 태양의 본질에 접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응용능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MBTI 검사지의 문제점





MBTI 검사지는 이렇게 허약한 이론적 기초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몇 가지 문항을 예로 들어 그 문제점을 살펴보자.





- 나는 대체로

(A) 다른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는 사람이다.

(B) 보다 조용하고 말이 없는 편이다.





여기서 (A)는 외향형(E)의 특성이며, (B)는 내향형(I)의 특성이다(다행히 아마 이런 항목은 오차가 별로 없을 것이다)





- 자신은 평소에 어떤 형의 사람들과 잘 어울립니까?

(A)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

(B) 현실감각이 있는 사람





여기서 (A)는 직관형(N), (B)는 감각형(S)의 특성인데, 이런 질문에는 오답이 나올 가능성이 많다. 사람은 반대유형을 좋아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A)를 선택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직관형(N)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는 말도 개인에 따라 해석하기 나름이어서 그것을 ‘허황된 인간’이라는 식의 나쁜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자신은 어떤 형의 사람 아래서 일하는 것을 더 좋아합니까?

(A) 항상 친절한 사람

(B) 언제나 공정한 사람





여기서 (A)는 감정형(F), (B)는 사고형(T)의 특성이다. 이런 질문 또한 문제가 많다. 일반적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친절한 사람보다는 공정한 사람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문항들은 문화의 차이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올 가능성이 많다. 공정함과 실력보다는 아부나 인맥이 판을 치는 부패한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 유형과 상관없이 (B)를 선택할 가능성이 많겠지만, 사회적으로 정의가 많이 실현되어 있지만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친밀하지 못한 사회에 사는 사람은 (A)를 선택할 가능성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MBTI 설문지는 이렇게 각각의 유형이 가진 특성을 문장으로 제시하여 검사자로 하여금 선택하게 하고, 그것을 통계로 처리해 유형을 판단한다. 그러나 위에서 보았듯이 많은 문항들이 자기 유형을 정확하게 보고하지 않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사람들 중에는 자기의 현재 모습보다는 자기가 되고 싶어 하는 모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기 유형과 반대되는 문항에 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4가지 유형이 모두 반대로 나오는 경우는 드물고 한 두 개가 반대로 나오는 경우가 더 많다).





성격이론 진영은 향후에 16가지 성격을 판별해낼 수 있는 검사도구를 개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1962년에 개발된 MBTI가 여러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으나 이 검사도구로는 정확한 자기 성격을 찾아내기 힘들다. MBTI는 사람들의 ‘실제 성격’보다는 그들이 ‘희망하는 성격’을 밝혀 주는 경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MBTI가 판별해 주는 성격은 진짜 자기 성격이 아니라 자기가 되고 싶어 하는 성격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성격과 심리학>, 186쪽)



MBTI 진영의 과제

또한 MBTI 이론가들은 주로 ‘선호’라는 개념을 사용하는데 이는 융의 이론에 대한 무지이거나 왜곡이다. 물론 억지로 사용하자면 ‘무의식적 선호’라는 말도 가능하겠지만 통상적으로 ‘선호’라는 것은 의식적인 호감-비호감의 문제와 관련되기 때문이다(그렇다고 해서 MBTI 이론가들이 ‘서로 다른 심리적 유형을 선호하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만일 융의 의견대로 심리적 유형을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으로 본다면, 유형의 차이는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발달과 여기에 추가되는 개발의 문제로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인식기능의 차이로 인해 구별되는 감각(S)형과 직관형(N)의 경우, 사람들은 일정한 시기가 되면 자기 유형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이것은 감각기능, 직관기능의 발달에 의한 결과이지 ‘선호도’에 의한 선택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MBTI의 표면적이고 경험적인 연구방법은 구체(개별)에서 추상(일반)으로 그리고 다시 구체로 이어져야 하는 연구과정에서 구체에 머물 뿐 추상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심리적 유형이론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을 해명하는 것이다.

첫째, 왜 그리고 어떤 식으로 심리적 에너지의 방향, 인식기능, 판단기능, 실천능력의 차이라는 네 가지 요인이 사람의 심리적 유형을 규정하는가?(이것이면 충분한가? 혹시 중복되는 것은 없는가 아니면 또 다른 것은 없는가?) 이것은 사람의 근원적인 심리적 특성을 규정짓는 네 가지 요인을 규정하고 그것들의 본질과 관계를 해명하는 문제이다.

둘째, 심리적 유형이 내향(I)-외향(E)처럼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이 정확히 해명되어야 각각의 심리적 유형(네 가지 요인에 따른)이 세 개나 네 개가 아니라 두 개로 구분되는 근거를 알 수 있고 각 유형의 본질과 관계를 알 수 있다.

셋째, 각각의 유형들의 본질은 무엇이고 그것은 어떤 심리적 특성을 낳는가? 이 문제가 해명된다면 각각의 유형들이 만들어내는 수다한 특성들을 어렵지 않게 추론해낼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각 유형들의 결합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이것은 예를 들면 직관형(N)과 사고형(T)의 결합은 아주 독특한 직관사고형(NT)의 특성을 낳기도 하는데, 그 이유를 해명하는 문제이다. 성격은 INTJ나 ISFJ처럼 네 가지 유형의 결합이기 때문에 각 유형의 결합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심리적 유형과 관련된 이러한 본질적인 의문들에 대해 실증주의적인 미국학자들인 마이어나 브릭스(그 추종자들 포함)가 현상나열에 그친 것과는 달리 융은 이론적으로 깊이 파고들어 중요한 이론적 기초를 제공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융은 이를 미완성으로 남겨놓고 죽었기 때문에 심리적 유형에 대한 이론적 완성은 후세의 학자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게 되었다.

나는 <성격과 심리학>을 통해 미완성으로 남아있는 융의 심리적 유형이론을 완성하기 위한 기본적인 이론틀을 제시하려고 시도하였다(물론 앞으로 좀 더 검증하고 수정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이론적 타당성이 있다고 감히 생각한다). MBTI 이론가들 또한 여기에 초점을 맞춰 이론작업을 해야 자기의 치명적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니 심리적 유형에 대해서 서로 간에 활발한 토론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아가 언젠가는 MBTI를 대신할 수 있는 정확한 검사도구도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추신 : 일부 사람들은 나의 이론활동에 대해 ‘석·박사 학위가 없다’, ‘자격증이 없다’는 등의 말들을 하는데, 나는 그런 비난들이 아무리 많이 들려오더라도 학력을 위조할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으니 오로지 성실한 연구와 이론적 실력으로만 대답하겠다는 것을 밝혀두는 바이다.



출처: 심리학자 김태형의 블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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