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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작성자 세례자요한
작성일 2002-04-23 (화) 17:40
ㆍ조회: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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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교육

공수교육


주특기 교육을 마치고 나는 공수특전사령부로 복귀했다. 산 넘어 산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수교육은 생명과 직결된 문제였기에 훈련은 지독하게도 엄격했다. 6주간의 혹독한 지상훈련을 받으면서 한가지 고민이 생겼다. 내가 받은 주특기는 통신인데 통신병은 무전기를 가지고 점프를 한다. 그런데 말이 그렇지 사람 하나 등에 엎고서 뛰어 내리는 것과 똑같은데 그러면 이 군대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무사히 신학교로 돌아갈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어린 하사 한 명을 꼬셨다. 그 하사의 주특기는 의무였다. 의무병은 낙하할 때 구급대 하나만을 차고 뛰어 내리면 그만이었다.

"김 하사는 장기 근무할거지?"

"예! 그렇습니다."

김 하사는 입대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나보다 나이가 적었기에 나에게는 존칭을 썼다.

"그럼 진급을 빨리 하는 방법을 가르쳐줄까?"

"어떻게 하면 진급을 빨리 합니까?"

"김 하사 주특기가 의무잖아. 그런데 의무가 진급이 잘 안 되는 것은 알고 있지? 이 기회에 통신으로 바꿀 생각은 없나?"

"안됩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책임질 테니까 하자는 대로 해봐. 그래야 김 하사 진급도 빨리 하잖아."

나는 김 하사를 구워삶아서 주특기를 바꾸기로 했다. 김 하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였다. 그 당시야 컴퓨터가 없는 시대였기에 신상카드만 고치면 그만이었다. 그 날 밤, 나는 행정반으로 잠입했다. 그리고 내 신상카드와 김 하사의 신상카드를 꺼내어 주특기란을 칼로 살짝 긁어내고 숫자를 바꿔 썼다. 713-3을 810-3으로. 그렇게 해서 나는 공수교육이 끝나면 통신병에서 의무병으로 바뀌어서 특수교육을 받으러 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 일로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느님께서 나를 구해주셨지만 나는 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신부가 되고서야 알았다. 하느님께서는 그런 얌체 같은 행동 안에서도 섭리하셨다는 것을. 둔포 본당에 있을 때 연탄가스에 중독된 수녀님을 살릴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의무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공수교육을 지상에서 6주나 받았지만 막상 하늘에 올라가니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5회를 뛰어야만이 공수 자격증을 주었는데 그 중간에 다리가 부러지면 처음부터 다시 뛰어야 했다. 덜덜거리는 비행기를 타고 첫 낙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입에서는 어느덧 기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나 당황했으면 주의기도와 성모송이 썩여서 나오고 있었다. 나는 기도했다.

"주님! 이번 점프에서 살려만 주신다면 저 열심한 신부 되겠습니다. 주님! 도와주십시오."

낙하를 준비하라는 벨 소리가 울렸다. 조종실에서 1350피트의 고도를 잡으면 이렇게 벨 소리를 울려 주었고, 내 귀에는 그 소리가 마치 심판관의 최후의 판결과도 같이 들렸다. 낙하교관은 손바닥을 세 번 쳤다. 이것은 낙하 3분전이라는 신호였다. 교관은 천천히, 또박또박 구령을 외쳤다.

"일어서"

"생명줄 걸어"

"문에 서"

"뛰어"

그렇게 나의 첫 점프는 시작되었다. 그런데 나는 점프를 하면서 나의 나약한 신앙을 보았다. 점프를 하기 전에는 별의 별 기도를 다 드리면서 막상 낙하산이 펴지고 안전하게 착지했을 때에는 '하느님! 감사합니다'보다는 '성공했다'라고 교만해지는 나를 바라보았다. 감사기도 드릴 줄 모르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너무도 치사한 신앙인이었다. 내가 이런 모습이었다니... 그 이후로 나는 점프를 할 때마다 청원기도보다는 모든 것을 마치고 감사기도를 바치고자 노력했다.

다섯 번의 점프를 성공하면 철모에다 막걸리를 가득 담아서 한잔씩 준다. 그 기분은 점프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맛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다섯 번의 점프를 성공하고 철모에 막걸리를 받아서 한 잔 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느님 나라에 가서도 이렇게 수고했다고 막걸리를 한잔 받아 먹을 수 있을까? 공수교육이야 다시 받으면 되지만 내가 하느님 앞에 나아갔을 때 '저 다시 살고 올께요!'라고 말할 수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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