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사 홈 | 거룩한독서 & 성경 | 가톨릭자료실 | 미사웹진 | 사제관 | 갤러리&미디어 | 음악카페 | 사무실|신자광고 | 미사웹메일

회원등록 비번분실

  사제관  
전체보기
1분묵상
광야에서 외치는이의소리
신부님 말씀
신앙상담



personal consult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작성자 세례자요한
작성일 2002-03-26 (화) 08:20
ㆍ조회: 3910      
IP:
나를 좋아했던 여인

          나를 좋아했던 여인 
                

                 그녀는 나를 좋아했다. 하지만...

신학생 시절, 우리는 귀가 따갑게 '여자는 마귀다'라는 말을 들어왔다. 이것은 여자가 마귀가 아니라 독신생활을 무너뜨리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기에 경계하라는 소리였다. 예전에 어떤 신부님은 자신의 어머니도 여자이기에 쳐다보지 않으려고 밥상을 받을 때는 고개를 돌렸다고 한다. 그런데 어머니를 여자로 보는 사람은 차라리 신부가 되지 말아야 할 사람인지도 모른다. 교수 신부님들의 가르침이 이러하시니 덕분에 신학생들은 미팅같은 것은 꿈도 꿔보지 못했다.

그런데 내가 알게된 여자가 둘이 있었다. 하나는 대학생이었고, 하나는 간호사였다. 내가 어릴 적,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한 반에서 몇 명 정도만 중학교에 진학하고 나머지는 여기 저기로 자기 밥벌이를 하러 떠나야했다. 지금이야 졸업식이 별것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초등학교 졸업이 학교의 마지막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부둥켜안고 울었다. 애기 봐주러 서울로 가는 친구, 목공소나 이발소에 취직을 해서 기술을 배우는 친구들. 그들에게는 초등학교 졸업식이 그들 생애에 중요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둘은 함께 중학교에 들어갔지만 그 당시에는 수줍어서 말도 붙이지 못했다. 그리고 고등학교는 소신학교에 입학했으니 그들과는 영 이별이었다. 그런데 대학에 올라와서 그들을 다시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다. 

부활이 지난 어느날 나에게 편지가 한 통 왔다.
"나는 간호사가 아니라 어쩌죠? 앞으로는 영숙이한테나 잘해주세요."
참으로 황당한 편지였다. 이게 왠 날벼락이란 말인가?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부활 때 그 둘에게 부활카드를 보냈는데 내용을 바꿔서 넣은 것이다. 그렇다고 특별한 내용도 없는데...그 일이 있은 후로 여자들과 편지를 한다든가, 만난다든가 하는 일은 한번도 없었다.
그런데 둔포에 첫 본당 나가서 나를 좋아하는 여인을 만나게 되었다. 불행하게도...

내가 둔포 성당에 부임했을 때 물 사정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날을 잡아서 몇몇 형제님들과 함께 우물을 파고 있었다. 한참 우물을 파고 있는데 왠 여자가 성당 마당으로 들어서는 것이었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달려왔다.

"신부님! 안녕하세요?"
순간 당황했다. 처음 보는 여자가 저렇게 반갑게 인사를 하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시죠?"
"신부님! 저 모르시겠어요? 신부님 대흥동에 계실 때 저 신부님 미사에 자주 참례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나요?"
"지난번에 대흥동으로 미사를 갔더니 다른 신부님이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사무실에 물어봤더니 신부님께서 이곳 본당 신부님으로 부임 하셨다기에 이렇게 찾아뵈러 왔습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신부님! 이것 성심당 빵이예요. 그리고 셔츠 하나 사왔어요.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뵐께요. 안녕히 계세요"
그녀는 이렇게 자신을 밝히고 돌아갔다.
"신부님! 누구유?"
일하던 형제 중에 한 분이 물었다.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건 그렇고 이 빵이나 같이 먹읍시다. '성심당' 하면 대전에서는 알아주는 빵집인데 맛이나 한번 보세요."

그런데 다음날 아침 사무장을 통하여 편지가 한 통 배달되었다. 그 여인이 나에게 쓴 것이었다.

사랑하는 신부님께!
신부님을 보고 싶은 마음으로 먼 거리를 달려와 이렇게 낯선 여인숙에 몸을 뉘었습니다. 성당에서 신부님의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저는 마치 예수님께서 다가오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제가 한 생을 예수님께 봉헌하신 신부님을 위해서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제의 길은 멀고도 험난한 길이라고 들었습니다. 기쁘고 슬픈 일들이 신부님을 덮칠 때 함께 기뻐해 주고 함께 슬퍼해 드리고 싶습니다. 신부님께서 외로우실 때는 제가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로 신부님의 마음을 위로해 드리고 싶습니다. 신부님의 인생의 벗이 되어 드리고 싶습니다.
......
신부님! 그러면 몇일 후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사랑과 존경의 마음으로 스텔라 올림


편지를 받고서 무척 당혹스러웠다. 함께 살고 있던 동생 헬레나에게 편지를 보여주면서 물었다.
"야! 이게 뭔 소리냐?"
"뭐 신부님 엄청 좋아한다는 소리네요."
"그런데 몇 일 후에 뵙겠다는 것이 뭔 소리지?"
"글쎄요. 또 찾아오려고 그러나보죠. 신부님 드디어 펜 한 명 생겼네요?"
"야! 난 이런 펜 싫다. 차라리 볼펜이 낫겠다."

그런데 몇 일 후에 피아노, 장롱 등의 짐이 실린 차가 성당 마당으로 들어왔다. 나는 사무장을 불렀다.
"사무장님! 저게 뭡니까?"
"글씨유. 잘 모르겠는디유!"
잠시 후에 지난번 그 여인이 나타났다.
"신부님! 안녕하세요?"
"아니 저게 뭡니까?"
"신부님! 제가 지난번에 편지에 썼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왔습니다."
말문이 막혔다. 지난번 편지의 내용이 바로 이것이라니. 웃자고 그러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녀에게 화를 내었다.
"당장 성당에서 나가십시오. 지금 뭐 하자는 것입니까? 사무장님! 이분들 빨리 보내세요"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제관으로 들어왔다. 너무도 황당했다.
"헬레나야!"
헬레나도 황당했는지 말없이 내 표정만을 바라보았다.
"내가 뭐 잘못했냐? 내가 오라고를 했나, 저 좋다고를 했나. 이거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몇 일 후에 뵙겠다더니 저 아가씨 신부님 밥 해주러 왔네요. 신부님! 그러시지 말고 이 기회에 저는 서울로 가고 저 아가씨 밥 해주라고 하면 어때요?"
"얌마! 뭔 소리여!"
"신부님! 저는 사람 구할 때까지만 있기로 했잖아요. 저는 아직 직장에서 휴가중이라구요."
"야! 너 지금 이 상황에서 너까지 속 뒤집어 놓을래? 그건 다음에 이야기하자"
사실 나는 내 동생 헬레나를 직장으로 돌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사제관에 남이 있는 것보다는 가족이 있는 것이 훨씬 더 낫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녀는 돌아갔지만 대전으로 가지 않고 근처 성공회에서 운영하는 사택을 빌려서 그곳에 거주하면서 나에게 관심을 보내왔다.
그 당시 사제관에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가 없었다. 그녀는 사제관에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보내왔다. 하지만 나는 받을 수가 없었다. 계속해서 옷도 보내왔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입지 않았다. 원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주었다.

나는 지서 주임에게 그녀에 대한 뒷조사를 부탁했다.
그녀는 서울 불광동에 사는 사람으로서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중풍으로 누워 있었다. 숙명여대 음대를 나왔지만 정신병을 얻어서 가족들이 대전에 아파트를 얻어 주고 그곳에서 지내게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여자가 좋아하는 대상은 키가 크고 덩치가 있는 신부였다. 그것이 바로 나였던 것이다.

그녀는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다. 미사 중 성체분배를 할 때 갑자기 나타나서 손을 내미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면 가슴이 철렁했다. 아무리 말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본당 신자들도 이 일을 가지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우리 신부님 애인이랴. 글쎄"
"뭐 애가 있다고 하는 것 같았는디."
"좌우당간 저렇게 열심히 찾아 오는 것을 보면 뭔 일이 있긴 있는 것 같구먼!"

아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러 오셨다가 이 소식을 들은 어머니도 노발대발하셨다.
"신부생활 잘 하라고 기도하고 있지, 연애 잘하라고 기도하고 있는 것 아녀!"
"어머니! 전 잘 살고 있습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는 것 봤냐?"
"어머니! 아니라니까요."
"아니긴 뭘 아녀! "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마음을 엑스레이 찍어서 보여줄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하느님께 투덜거릴 수밖에 없었다. '하느님! 이런 땐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게 만드셨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답답해 죽겠습니다. 저 책임지십시오. 이 문제 해결해 주십시오.'

그 날도 그녀는 미사에 참례했다. 나는 미사 후에 마당에서 신자들을 붙들고 가지 말라고 했다. 신자들에게 증거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성당 밖으로 나오자 나는 그녀를 붙들었다.

"자매님! 제가 당신의 손목을 잡은 일이 있었습니까?"
그녀는 당황했지만 진실하게 말을 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가 질문을 하니 당황했던 것이다.
"없었습니다."
"그럼 제가 당신에게 포옹이나 키스를 한 적이 있습니까?"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 왜 이러십니까?"
"신부님! 저는 신부님의 모습이라도 보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자매님! 더 이상 이곳에 오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는 자매님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에 본당 교우들의 오해는 풀리게 되었고 그녀도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그런데 장항에 있을 때 그녀로부터 연락이 왔다.

안녕하십니까 신부님!
오래간 만에 이렇게 신부님께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제주도의 어느 본당에서 성가대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곳 신부님께서 저에게 무척 잘 대해 주고 계십니다.
...
지난번에 드린 텔레비전과 녹음기를 이곳으로 돌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스텔라 올림


웃음이 나왔다. 그곳 본당 신부 또한 나처럼 키 크고 덩치가 있는 신부였던 것이다. 아마도 그녀가 돈이 떨어졌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지도 않은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나는 전파사에서 비슷한 것을 사 가지고 그녀에게 붙여줬다. 그것도 미납으로. 그 후로는 그녀로부터 연락이 없었다.

"여자는 마귀다" 사실 여자는 마귀가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괴롭히는 사람은 마귀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을 그녀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물론 그녀의 정신적인 상태는 불쌍하다. 하지만 그녀 하나 때문에 많은 본당 신자들이 받게 되는 정신적 충격은 누가 보상해 준단 말인가? 사제 한 사람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받게 되는 수많은 본당 신자들의 아픔을 생각해본다면 "마귀"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은 멀리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이 남자이건 여자이건 간에, 그것이 일이건 놀이이건 간에 말이다.



210.95.187.19 사도요한: 참으로 황당하였겠네요 [05/25-12:58]
210.95.187.19 사도요한: 참으로 황당하였겠네요 [05/25-12:59]
 
 
본인이 작성한 글만 추출하려면 검색옵션으로 본인의 아이디를 검색하십시오.
올바른 인터넷 문화를 위해 함께 노력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