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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에서 외치는이의소리
신부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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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작성자 세례자요한
작성일 2002-03-21 (목) 09:00
ㆍ조회: 1717      
IP:
아버지 같았던 박고안 신부님

"종수! 이리와봐!"
성당 계단을 올라가는데 밑에서 박고안 신부님께서 부르셨다.
"예! 신부님!"
"너! 수단 자락 올려봐!"
"윽! 들켰구나..."

신학교에서는 여름이고 겨울이고 착의식을 한 학생들은 전례나 행사가 있을 때 수단을 입어야 했다. 그런데 운동을 하고서 수단을 입는다는 것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얇은 수단이 있든 것도 아니고 여름에 두꺼운 수단을 입으면 그 자체로 사우나 실에 들어온 것 같이 땀이 비가 오듯 쏟아졌다. 그래서 수단을 입고 벗어놓으면 소금기가 말라서 하얗게 소금이 쌓이곤 했다.

그 날도 축구를 하고 서둘러 샤워하고 수단을 입으려는데 문득 한가지 꾀가 생각났다. 수단 안에 검은 양복바지를 입어야 했는데 바지를 벗고 팬티만 입은 것이다. 수단이 발까지 내려오니 바지를 입었는지 안 입었는지를 분간할 수가 없는 것이다.
바지를 안 입어서인지 너무도 시원했다. 아마 여자들도 이런 맛에 치마 입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계단을 올라가다가 그만 바지를 안 입을 것을 박고안 신부님께 들킨 것이다.
......
나는 수단을 올릴 수가 없었다. 수단 안에는 팬티 밖에 없었기에 올릴 수가 없었다. 박고안 신부님은 내 머리를 쥐어 박으셨다. 그리고 수단 자락을 올리고 내 다리의 털을 뽑기 시작했다.

"이놈아! 수단이 치마인줄 아느냐? 빨리 가서 바지 입고 와!"

박고안 신부님은 이렇게 나에게는 너그러우신 분이었다.

또 신부님은 나에게 테니스를 가르쳐 주셨다. 함께 테니스를 치고 나면 새 공을 꼭 나에게 주셨다. 열심히 연습하라고 말씀하시면서. 그런데 내가 싫어하는 신부님이 계셨는데 그 신부님이 나에게 테니스를 치자고 하면 이런 저런 핑계로 거부했다. 난 그 신부님이 너무 싫었다. 학생들을 믿지 못하고 한 학년에 한 명씩 자신의 사람을 두어 학생들의 동태를 파악하는 그 신부님을 너무도 싫어했다. 한 번은 그 신부님이 밤에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자네가 반에서 술을 제일 잘 마신다면서?"

아마도 신부님의 사랑 받는 밀고자가 나에 대해서 신부님께 말씀을 드린 것 같았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술을 잘 마시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

신부님은 냉장고에서 조니워커를 꺼내셨다. 그리고 나에게 커다란 맥주 잔을 하나 내미시더니 술을 가득 채워 주시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작은 양주잔에 잔을 채웠다. 사양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부님! 이렇게 좋을 술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는 그 잔을 비웠다. 신부님은 또 잔을 채워 주셨고, 나는 또 그 잔을 비웠다. 술병에 술이 떨어지자 신부님은 또 다른 술병을 가지고 오셨다.

"자네! 술 잘하는 구만!"

그 신부님의 얼굴에는 '그래! 네가 얼마나 먹나 보자!'라고 역력하게 쓰여 있었다. 하지만 공수부대 출신인 나는 다른 것은 자랑할 것이 없지만 의지력 하나만은 확실하게 자랑할 수 있었다. 양주 두 병을 마시고도 흐트러지지 않자 신부님은 그만 가보라고 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편히 주무십시오."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왔다. 많은 술을 마셨지만 내가 싫어하는 신부님 앞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에 나 자신에게 너무도 고마웠다.

"흥! 내일 아침에는 내 침실에 와서 내가 자고 있나 아니면 성당에 갔나 확인하겠지?"

다음날 아침, 나는 일찍 일어나서 성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침 먹으면서 그 신부님이 내 방에 왔다 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같은 방 친구가 그날따라 늦잠을 잤는데 그 신부님에게 걸린 것이다.
꼬투리를 잡고 싶어했는데 못 잡은 신부님이 너무도 불쌍해 졌다. 하지만 아까운 양주 두 병만 허비한 그 신부님과는 그 이후로도 테니스장에서 어울린 적은 없었다.

그러나 박고안 신부님은 달랐다. 진정으로 학생들을 사랑할 줄 아셨고, 사제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셨다.

나도 그런 사제가 되고 싶었다. 신학생들에게 너그럽게 대해주고, 신자들에게는 엄격함을 내세우기 보다 부드러움을 드러내 보이면서 이끌 수 있는 그런 사제. 그런데 나 자신은 내가 부드러운 남자라고 생각하는데 왜 사람들은 나를 무서워할까?

 
이름아이콘 작은꽃
2016-04-09 07:49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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