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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작성자 세례자요한
작성일 2002-03-21 (목) 08:57
ㆍ조회: 2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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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장미 클럽


어디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신학교에도 천사도 있었고 악마도 있다. 돌아보면 나는 천사는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 부모님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문제아였던 것이다.

"야이 새끼야! 너 죽을래? 덩치 크다고 애들 괴롭히면 되것냐?"
"얌마! 네가 뭔데 간섭이야!"
"너 같은 새끼 혼내주는 흑장미 클럽이다. 너 새끼 점심 먹고 옥상으로 올라와"

지금도 내가 작은 키는 아니지만 그 당시 나는 키가 큰 편이었다. 게다가 덩치도 있고, 싸움도 잘했기에 맞는 쪽 보다는 때리는 쪽에 가까웠다. 우리는 반에서 덩치큰 아이들끼리 모여서 서클을 만들었다. 그 이름은 '흑장미클럽'. 보스는 나였고, 우리는 혁띠의 바클도 흑장미모양으로 바꾸고 어깨에 힘을 주면서 학교 생활을 했다. 남들이 보기에 우리는 문제아였다. 하지만 우리는 나름대로 학교 정의를 세우며 의리를 중요시 여기는 사도라고 생각을 했다. 남 괴롭히는 아이들, 공부 잘한다고 까불면서 남 무시하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에게 우리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또한 키 작고 힘없는 아이들에게는 그들의 수호자이기도 했다. 물론 전적으로 흑장미 클럽에서 보는 시각에 의하면 말이다.
우리는 신학교에서 신부님들 몰래 학교 옥상에서 싸움을 했다. 보통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싸웠는데 시간은 10분으로 정해놓고 얼굴은 절대로 안 때리는 것을 규칙으로 삼았다. 얼굴이 멍들어 있으면 누구라도 금방 싸운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신부님들 눈에 띄었다면 그 날 부로 쫓겨났겠지만...

 아마 학교의 신부님들이나 집에 계신 부모님들도 설마 신학생들이 옥상 위에서 규칙 정해놓고 싸움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어느 누구도 하지 못할 것이다. 모두들 천사 같은 신학생으로만 생각할 것이다. 기도 열심히 하고, 서로 잘못을 해도 용서하고 싸웠다 하더라도 금방 용서를 청하는...물론 그런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고, 나 같은 학생은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 그때의 나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면 웃음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런 것들이 뭐가 중요하다고 옥상 위에서 성소를 걸고 싸움까지 했단 말인가? 내 자신이 세운 규칙과 질서에 맞지 않는 것들을 맞도록 하려는 이기적인 마음들이 흑장미 클럽을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도 내 것 만을 강조하고, 내 뜻에 모든 사람들이 따라 주어야 하고, 나만 생각하는 그런 마음들을 가진 사람들 안에서 흑장미 클럽은 존재한다.
 하이얀 옷이 이런 저런 때가 묻으면 마침내는 시커멓게 변하는 것처럼 나의 마음도 이런 저런 욕심과 판단과 행동들이 내 마음의 색을 검게 만든다. 그 검은 마음들을 하나 하나 벗겨 낼 때 나는 어느 순간 하이얀 백장미로 다시 태어나 성모님 품에 안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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