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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작성자 세례자요한
작성일 2002-03-21 (목) 08:52
ㆍ조회: 1241      
IP:
누룽지와 양심불량
"누룽지 먹은 학생! 나와!"
삼종기도를 마치고 점심 식사 전 기도를 기다리는 우리들에게 교장 신부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다시 한번 말한다. 남의 식탁에서 누룽지 집어먹는 학생 나와!"

소신학교 시절, 양심성찰 시간이 12시였고, 양심성찰이 끝나고 삼종기도를 바쳐야 만이 식당으로 내려가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먹는 것이 부실했던 시절이었기에 바람을 타고 들어오는 밥 냄새와 국 냄새는 어린 학생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니 양심성찰이 될 리가 없고, 삼종기도는 마치 식사 전 기도처럼 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몇 일 전부터 누룽지를 고등학교 3학년은 안주고 2학년까지만 주는 것이었다. 누룽지가 부족하니 고3들은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고3들의 식탁에는 누룽지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식당에는 고3부터 들어가니까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잽싸게 저학년들의 식탁에서 누룽지를 집어서 얼른 입에 넣고서 식탁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런데 나와 내 친구가 누룽지를 먹는 것을 교장신부님께서 보시고 식사 전에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교장신부님의 불호령에 먼저 내 친구가 교장신부님 앞에 자수하여 나아갔다. 교장 신부님은 식사기도를 하시고 나머지 학생들은 식사를 시작했다.
다른 학생들이 밥을 먹는 동안 그 친구는 밥그릇을 입에 물고 벌을 서야했다. 지금생각해보면 너무나도 비인간적인 처사였다. 그런데 그 친구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나도 범인인데 나는 이렇게 자리에 앉아 있고, 자수한 친구는 저렇게 수많은 후배들 앞에서 밥그릇을 입에 물고 무릎꿇고서 벌을 서고 있으니... '교장 신부님께서 나를 본 것이 아닐까? 그런데 보셨음에도 불구하고 불러내지 않는 것일까?' 밥을 먹었는지 말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는데 교장신부님께서는 식사 후 기도를 바치시려고 종을 치셨다. 그리고 또 말씀을 하셨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기회를 주겠다. 아까 누룽지 훔쳐먹은 사람 앞으로 나와!"
그리고는 식사 후 기도를 바치셨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아멘"
나는 자수하기로 결심하고 기도 후에 교장 신부님 앞으로 나아갔다.

"종수! 난 네가 시커먼 손으로 누룽지 집어먹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아까 나오라고 했을 때 나오지 않아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이렇게라도 자수를 했으니 용서하겠다. 그 대신 벌로 점심시간에 놀지 말고 십자가의 길을 하거라!"
"죄송합니다. 신부님!"

십자가의 길을 바치면서 문득 시몬이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지는 곳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나만 안 걸리면 그만이라는 생각들로 사람들은 시몬의 고통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할 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 작은 창피함 때문에 내 양심을 속였다는 것이 너무도 부끄러웠다. 친구가 밥그릇을 입에 물고 벌을 서고 있을 때 나 또한 그 친구 옆에서 함께 벌을 섰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왜 나에게는 그렇게 용기가 없는 것일까? 시몬이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었을 때, "제가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지겠습니다"라고 나는 결코 말하지 못할 것 같다.

 
이름아이콘 작은꽃
2016-04-09 07:52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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