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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작성자 세례자요한
작성일 2002-02-17 (일) 22:48
ㆍ조회: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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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시는 하느님-어린시절

                함께 하시는 하느님

그 일이 나에게는 두려운 사건이었지만, 돌아보면 하느님께서 함께 하심을 느끼게 하는 사건이었다
.

"아빠! 나도 장에 가고싶어!"
나는 장에 갈 준비를 하시는 아버지를 조르기 시작했다.
"안돼! 오늘 아빠는 할 일이 많이 있단다."
"아빠! 이번에는 업어 달라고 조르지 않을께. 뭐 사달라고 조르지도 않을께."
아버지는 반응을 보이지 않으셨다. 왜냐하면 이것저것 산 보따리와 함께 나중에는 나를 업고와야 하는 것을 뻔히 알고 계시는 아버지가 쉽게 대답하실 리가 없으셨던 것이다. 나는 할머니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할머니! 나도 장에 가고 싶어."
할머니는 어린 손자의 말을 거절하시는 분은 아니었다.
"아범아! 한번 데리고 갔다 오너라."
"어머니! 오늘은 사 가지고 와야 할 것이 좀 많이 있어요."
"그래도 어린것이 저렇게 원하는데 데리고 갔다 오려무나."
아버지는 할머니의 말씀을 거역할 수가 없었기에 마지못해서 나를 데리고 장으로 향하셨다.

 나는 장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그리고 좌판에는 없는 것 없이 늘어선 물건들. 그리고 여기저기 널려 있는 맛있는 음식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이게 만드는 곳이 장터였다. 그런데 아무리 신기한 것들이 많이 있다 하더라도 종일 걸어다니니 다리가 안 아플 수가 없었다.

"아빠! 나 다리 아파!"
"그러게 아빠가 뭐라고 했냐? 집에 있으라고 했잖아. 아빠는 볼일이 많이 있단 말야!"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참외와 수박을 파는 곳에 데리고 가서 커다란 참외를 하나 사 주셨다.
"종수야! 너 이 참외 먹으면서 여기서 기다리고 있거라! 아빠 철물점에 가서 연장 좀 사오마."
"알았어. 아빠! 빨리 와야 돼!"
"그래! 아빠 얼른 갔다 올 테니 꼼짝 말고 있어야 한다! 어디 가지 말구!"
"알았다니까"

 나는 맛있는 참외 앞에서 아버지의 말을 건성으로 흘려 버렸다. 아버지는 나에게 어디 가지말고 꼭 그 자리에 있으라고 신신 당부했다.
나는 참외를 먹으면서 장터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물건을 팔기 위해서 이것저것을 설명하는 사람들. 조금이라고 싼 가격에 사려고 깎으려는 사람들. 이런 모든 것들이 여섯 살 어린아이에게는 매력적인 곳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참외를 다 먹도록 아버지는 오실 줄을 몰랐다. 금방 오신다고 하신 아버지가 안 오시니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참외장사 아저씨에게 물었다.

"아저씨! 혹시 우리 아빠 어디 가셨는지 아세유?"
"내가 네 아빠를 어떻게 알아"
아저씨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순간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수만은 사람들 중에 내가 아는 사람은 없었고, 또 나를 아는 사람 또한 없다는 것이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나는 아버지가 가신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걸어가도 아버지는 만날 수 없었다. 나는 울면서 아버지를 찾았다. 그렇게 장터에서 나는 아버지를 잃어 버렸다. 야속한 해는 저물기 시작했고, 어디에선가 "종수야!" 하고 달려오실 것만 같은 아버지는 끝내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울고 있을 때 할머니 한 분이 다가오셨다.
"얘야! 왜 울고 있니?"
"아버지를- 아버지를 잃어버렸어요." 

   나는 엉엉 울면서 대답했다. 할머니는 흐르는 눈물과 콧물을 닦아주시더니 자신과 함께 가자는 것이었다. 나는 울면서 그 할머니를 따라갔다. 지금 같으면야 어림없겠지만 그 순간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그 할머니 밖에는 없었기에 따라갔던 것이다. 그 할머니를 따라간 곳은 산골의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이었다. 방문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고, 부엌은 문도 없이 가마 떼기가 걸쳐져 있었다. 할머니는 울고있는 나에게 티밥을 주셨다. 하루종일 울기만 했던 터라 나는 그것을 정신 없이 받아먹었다. 그렇게 할머니 집에서 몇 일을 보내게 되었다.

 한편, 우리 집은 발칵 뒤집혀져 있었다. 장터에서 나를 잃어버린 아버지는 해가 질 때까지 장터를 돌아 다니 시가다 혹시 내가 집에 와 있지 않나 해서 집으로 달려 가셨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나를 찾을 수가 없었다. 할머니는 아버지를 향해 불호령을 내리셨다.
"야! 이놈아! 지 아들 하나 간 수 못하는 놈이 어찌 애비라고 들어왔느냐? 썩 나가서 찾아오지 못할까?"
아버지는 입이 있어도 말을 할 수 가 없었다. 온 동네에 나를 찾는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주일날 성당에 가서 나를 잃어버렸다고 하면서 신자들에게 도움을 청하셨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나와 함께 계셨다. 마침 그 할머니 집 근처에 사시는 아주머니가 할머니 집에 왔다가 나를 발견한 것이다.

"할머니!"
"뉘기여!"
"저예요. 떡 좀 했는데 드시라구요. 그런데 저 아이는 누구예요?"
"응! 내 손자여!"
"할머니가 손자가 어디 있어요. 할머니 가족은 다 이북에 있잖아요."
그 아주머니는 나를 바라보시더니 갑자기 나를 아는 체 하시는 것이었다.
"너 홍산 공소에 사는 아이 아니니?"
"맞는데유!"
아주머니는 나를 붙들고 내 얼굴을 만졌다.
"너네 아버지가 너를 잃어버렸다고 성당에서 신자들에게 찾아달라고 눈물로 애원하시던데 이거 어찌된 일이여!"
그리고는 할머니를 향해서 독살스럽게 혼내기 시작했다.
"아니! 혼자 사는 할머니라고 해서 봐드렸더니 애를 유괴하면 어떻게 해요! 이 애를 잃어버린 부모 마음 생각해 봤어요?"
"아녀. 아녀 난 길 잃은 아이길래 데려다 키우려고 했지."
"뭐가 아니예요! 할머니! 혼자 사시니 외로우니까 이 애를 유괴한 것 아니예요. 각오하고 계세요. 경찰서에 신고할테니께."
"아녀. 그게 아니라니께."
아주머니는 나를 안고서 그 집을 나와 버렸다. 그렇게 해서 나는 집으로 돌아갈 수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집과그 할머니 집은 산을 몇 개만 넘으면 집에 갈 수 있었을 텐데 어린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답답할 뿐이다. 그 할머니는 나를 데려다가 손자처럼 키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자신을 위해서 일하고, 나무하는 그런 아이로 키우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면, 산만 몇 개 넘으면 우리 집이 있는 데, 그것도 모르고 살았다면 아마 나는 신앙이라는 것을 꿈도 못 꾸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어린 나이에도 부모님 손잡고 성당에 다닌 것이 나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으니, 결국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나와 함께 하셨다는 것이 드러난다.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해주지 않으셨다면 내가 사제가 될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 초라한 집에서 그 할머니 모시고 바둥바둥 살고 있었을 것이다.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해 주지 않으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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