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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자료실
 
작성자 성사
작성일 2003-03-25 10:56
ㆍ추천: 1  ㆍ조회: 3343    
혼인성사, 혼배성사, 부부애, 자녀출산, 합의
 

혼인성사


1. 혼인의 정의


        동서고금을 통해 혼인은 인간사회를 이루는 기초 단위로서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시대에 따라 제도의 변화는 있지만 그 본질은 견지되어 있다. 교회도 자연법적인 의미에서의 혼인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성사의 품위에로 혼인을 다루었다. 바로 혼인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가정은 그리스도의 가정이며, 그리스도를 낳고, 그리스도를 교육하고, 하느님 나라를 이루는 사랑과 희생의 평생 공동체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혼인이란 창조주이신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명령이며 제도로도 볼 수 있다. 이 제도 안에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영구적, 불가해소적으로 결합하여 새로운 생명체의 출산을 위해서 하느님의 도구이자 고상한 협력자가 되는 것이므로, 혼인을 하는 당사자들의 의도와는 독립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교회에서는 혼인에 대한 정의를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평생 공동 운명체를 이루어 그 본성상 배우자들의 선익, 자녀의 출산, 교육을 지향하는 혼인 은약(恩約)은 신자들 사이에서 주 그리스도에 의해 성사의 품위에 올려졌으니”(교회법 1055조) 이를 혼인성사라고 보고 있다. 간단히 말한다면 남편과 아내의 유일하고 영원한 관계를 성화시키기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설정한 성사인 것이다. 바로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의 혼인제도를 구원경륜에 포괄시켜 새로운 구원적 의미를 부여하는 성사로 승격시킨 것이다. 이러한 혼인의 본질적 특성은 단일성과 불가해소성에 있다. 이 둘은 자연법과 신법이 혼인에 있어서 필연적으로 요청하는 특성들로 혼인성사에 의해서 특별히 강조되고 있다.


        혼인의 단일성은 타의 결합을 배제하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을 의미한다. 또한 혼인의 불가해소성이란 일단 유효하게 체결된 혼인은 부부 사이에 영속적인 성격을 띠어서 배우자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 계약을 절대로 풀지 못함을 말한다.


        부부가 ‘한 몸을 이룬다’라는 말은 두 사람이 그들의 육체와 물질적인 소유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 사상, 감정, 즐거움과 고뇌, 소망과 두려움, 그들의 성공과 실패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혼인은 단순히 육체적 일치나 정신적 일치가 아니라 ‘전 존재의 일치’이다. 즉 두 사람이 각기 독립된 인격으로 남아 있으면서도 온전히 하나인 ‘혼인 인격’을 이루는 것이다. ‘나’와 ‘당신’이라는 인격은 역사를 통틀어 단 한 번 출현하는 고유하고 독특한 존재이다. 그런데 혼인은 이처럼 고유하고 독특한 ‘나’와 ‘너’라는 인격을 결합하여 ‘나’만도 아니고 ‘너’만도 아닌 제3의 또다른 인격인 ‘혼인 인격’을 형성한다. 이 새로운 인격 안에서 나와 너는 소멸되어 없어지지 않고 그 자신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도 서로에게 녹아들어 새로운 하나의 인격인 혼인 인격으로 신비한 일치를 이루는 것이다.



2. 구원경륜안에서 본 혼인성사


        인간의 성(性)이란 지상적이고 인간적인 것, 즉 한 분이신 하느님께로부터 나온 창조의 은혜이다. 창세기(1, 28)에는 “자식을 낳아 번성하고 온 땅을 채워라”라는 하느님의 축복 말씀을 전해 주고, 아가서에서는 사랑을 인격적인 현실로 묘사하여 성이 창조의 선물임을 암시해 주고 있다. 특별히 아가서에서는 하느님과 당신 백성과의 사귐을 육체를 지닌 인간의 사랑에 넘친 사귐으로 묘사하고 있다.


        구약의 예언자들은 젊은 남녀가 서로에게 눈을 뜨고 둘이서 생애를 같이하는 사랑 가운데서 하느님께서 당신과 인간을 하나로 맺고자 하시며, 약속을 하시는 하느님과 그 백성 서로간의 사랑의 모델을 발견해 냈었다.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은 하느님가 그 백성과의 사랑의 깊은 관계를 부부애의 일상경험에서 얻어지는 인간적 언어와 개념들로 표현했다. 결혼생활에서 경험하는 사랑의 행복과 신의의 불충실에 의한 희노애락들은 야훼 - 이스라엘의 계약의 역사에서 얻은 경험과 가장 유사했기 때문이다.


        호세아 1-3장, 예레미야 2-3장, 에제키엘 16장에서는 아내의 가출, 매춘, 간음 등의 불충실한 결혼생활을 통하여 야훼께 대한 이스라엘의 불충실을 고발하고 있다. 이사야 40-55장에서는 위의 성서내용에다 회개하여 돌아오는 아내를 받아들이는 남편을 묘사함으로써 야훼와 이스라엘의 영원한 사랑에 대한 예언을 첨가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예언자들에게 있어서 혼인은 하느님의 인간 즉 백성에 대한 불변의 약속과 사랑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교훈서 중의 한 편인 토비트서에는 성실한 사랑으로써 “하느님을 위하고 사람들을 위해서” 혼약을 맺는 한 쌍의 남녀를 구원의 은총이 충만한 자, 구원의 은총이란 무엇인가를 몸으로써 말해 주는 자로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풍부한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제도로서의 혼인 관습은 악습이 많았다. 일부다처의 결혼(1사무 1, 2), 대를 잇기 위한 특수 혼인(신명 25, 5-10), 아내의 결함으로 인한 이혼(신명 24, 1-4)이 있었고, “간음하지 말라”는 계명도 사유권으로서의 권리침해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후기에는 혼인이 정화되어 가서 결혼을 계약으로 보고 상호신뢰, 하느님의 성실성으로까지 의미를 부여하였다(잠언 2, 14).


        그리스도께서는 혼인을 신성시하시어 인간의 마음대로 그것을 풀 수 없음을 가르치셨다(마태 19, 6). 첫 기적을 행한 것도 혼인잔치(요한 2, 1-11)에서 였으며, 자기 배우자를 버리고 재혼하는 것은 곧 간음행위(마르 10, 11)라고 하셨다. 곧 부부는 둘이 아니라 한 몸임을 강조하셨던 것이다. 신약성서에서 혼인에 대한 가장 새로운 표상은 사도 바오로에 의해 제공되었다. 사도 바오로는 부부의 사랑을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사랑에 비유(에페 5, 25-32)하면서 부부 각자의 몸은 서로 상대방에 예속되어 있음을 강조(1고린 7, 4)하였고, 그리스도의 사랑이 곧 부부의 관계 속에서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에페 5, 2). 그러므로 결혼을 거룩한 계약으로 보아야 하며, 그리스도께서 친히 인간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신 사랑을 드러내는 그같은 사랑으로 일생 동안의 반려자가 되도록 남편과 아내를 묶는 계약으로 보아야 한다. 이 계약은 파스카 신비 안에서 그리스도께서 당신 교회와 체결하신 영원한 사랑의 계약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그리스도께서는 혼인을 성사의 품위에로 올리셨다.



3. 혼인 합의


        혼인 계약의 주인공은, 혼인 계약을 맺을 자유가 있으며, 자유롭게 자신들의 합의를 표시하는 세례 받은 남자와 여자이다. “자유가 있다”는 말은, 강요를 당하지 않고, 그 혼인이 자연법이나 교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교회는 신랑과 신부의 합의 교환을 ‘혼인을 이루는’ 불가결한 요소로 간주한다. 합의가 없으면 혼인이 성립되지 않는다. 합의는 ‘나는 당신을 아내로 맞이합니다. 나는 당신을 남편으로 맞이합니다’하고 선언함으로써 그리고 배우자가 서로 자신을 주고받는 인간적인 행위로써 성립된다. 신랑과 신부를 결합시키는 이 합의는 두 사람이 ‘한 몸을 이룸’으로써 완성된다. 합의는 계약 당사자들의 의지행위로서, 외부로부터 폭력이나 심한 공포에 의해 속박을 받아서는 안된다. 어떠한 인간행위도 혼인 합의를 대체할 수 없다. 이러한 자유가 없다면 혼인은 무효다.

        혼인 예식을 주례하는 사제(또는 부제)는 교회의 이름으로 신랑 신부의 동의를 받아들이고 교회의 축복을 베푼다. 교회의 성직자가 입회하는 것은 혼인이 교회적 행위라는 것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원칙적으로 교회는 신자들에게 교회적 형식에 따라 혼인할 것을 요구한다.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이유들은 일관되게 이러한 결정을 설명해 준다. 첫째, 성사적인 혼인은 전례행위이다. 따라서 혼인은 교회의 공적인 전례로 거행되는 것이 마땅하다. 둘째, 혼인은 교회의 질서 안으로 들어가게 하며, 부부간과 자녀에 대하여 교회 내의 권리와 의무를 성립시킨다. 셋째, 혼인은 교회 내의 생활 신분이므로, 혼인에 대한 확실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증인을 세울 의무가 따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혼인 합의의 공적인 성격은 한 번 말한 “예”라는 대답을 확고하게 보호해 주며, 부부들이 그 대답에 충실하도록 도와준다. 신랑 신부의 “예”라는 대답이 자유롭고 책임 있는 것이 되고, 혼인 계약이 인간적이고 그리스도교적인 굳건하고 영속적인 기초를 지니기 위해서는 혼인에 대한 준비가 매우 중요하다.



4. 혼인성사의 효과


        “유효한 혼인에서 부부 사이에 본성상 영구적이며 독점적인 유대가 생긴다. 그뿐 아니라 그리스도교인 혼인에서는 부부들이 그들 신분의 의무와 품위를 위하여 특수한 성사로써 견고하게 되고 이를테면 축성된다”(교회법 제1134조).

1) 혼인 유대


        하느님께서는 신랑과 신부 서로가 서로를 주고받는 합의를 확정하신다. 부부의 결합으로 “하느님의 법으로 인정된 제도가 사회에도 나타난다”(사목헌장 48항). 부부의 결합은 하느님과 사람들과의 계약에 통합된다. 진정한 부부애는 하느님 사랑 안에 흡수되어 있다.


        혼인 유대는 하느님께서 친히 제정하신 것으로서, 세례 받은 사람들 간에 맺어지고 완결된 혼인은 절대로 해소될 수 없다. 부부의 자유로운 인간적 행위와 혼인을 완결 짓는 육체의 결합으로 발생되는 이 유대는 이제 취소할 수 없는 실재이며, 하느님의 성실하심으로 보장된 계약의 기원이다. 교회는 하느님 지혜의 이러한 안배를 반대할 권한이 없다.



2) 혼인성사의 은총

         “그리스도교 신자 부부는 하느님의 백성 가운데서 그들의 신분과 역할에 고유한 은혜를 받고 있다”(교회헌장 11항). 혼인성사의 이 고유한 은총은 부부의 사랑을 완전하게 하고, 해소될 수 없는 그들간의 일치를 강화한다. 이 은총으로 부부생활과 자녀 출산과 그 양육을 통해서 서로 성덕에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이 은총의 원천이시다. “일찍이 하느님께서 먼저 당신 백성과 맺으신 사랑과 성실의 계약을 제시하셨듯이, 지금은 교회의 신랑이신 인류의 구세주께서 혼인성사로 신자 부부를 만나러 오신다”(사목헌장 48항). 그리스도께서는 그들과 함께 머무시면서,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며, 죄에서 다시 일어서고, 서로를 용서하며, 상대의 짐을 져주고, 그리스도를 두려워하며 서로 순종하고, 초자연적이며 온유하고 열매맺는 사랑으로 서로 사랑할 힘을 주신다. 그리스도께서는 부부애의 가정생활의 기쁨 속에서, 이 세상에서 어린양의 혼인 잔치를 미리 맛보게 하신다.



5. 혼종혼인과 타종교 혼인


        혼종혼인(混宗婚姻: 가톨릭 신자와 세례 받은 비가톨릭 신자 사이의 혼인)은 많은 나라에서 흔한 일이다. 이러한 혼인에는 혼인 당사자들과 사목자들의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타종교 혼인(가톨릭 신자와 세례 받지 않은 사람 사이의 혼인)의 경우에는 더욱 신중한 주의가 필요하다.


        부부가 각기 자신의 교단에서 받은 것을 공유하고 상대방에게서 그리스도께 대한 충성을 생활화하는 방식을 배우게 된다면, 서로의 교파가 다른 것이 혼인에 절대적인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혼종혼인의 어려움을 과소평가 해서는 안된다. 이 어려움들은 그리스도인들의 분열이 아직 극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부부들은 그리스도인들의 불화의 비극을 바로 자신들의 가정에서도 겪을 위험이 있다. 종교가 다른 경우에는 이 어려움이 한층 더 클 수 있다. 신앙의 불일치나 혼인관 자체에 대한 불일치뿐 아니라 서로 다른 종교적 심성은 혼인생활, 특히 자녀교육에 있어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리하여 종교적 무관심이라는 유혹이 생길 수 있다.


        라틴교회의 현행법에 의하면 합법적으로 혼종혼인을 하기 위해서는 교회 관할권자의 명시적인 허락이 있어야 한다. 타종교 장애의 경우에 혼인의 유효성을 위해서는 장애에 대한 명시적 관면이 요구된다. 이러한 허가나 관면은 쌍방이 혼인의 목적과 본질적인 특성은 물론, 가톨릭편 당사자가 약속한 가톨릭교회 안에서 자녀에게 세례를 주고 교육시킬 의무가 있음을 알고 이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많은 지방에서는 그리스도교 일치운동의 대화에 힘입어 관련 그리스도교 교단들이 혼종혼인을 위한 공동사목위원회를 조직했다. 이 공동사목위원회의 임무는 부부들이 자신들의 특수한 상황을 신앙에 비추어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다. 이 위원회는 또 배우자의 상호 의무와 자기가 속한 교회 공동체에 대한 의무, 이 두 가지 의무 사이의 긴장을 극복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위원회는 신앙에 있어서 그들 부부가 공유한 것을 꽃피우고, 다른 점들을 존중하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한다.


        타종교 혼인을 하는 가톨릭 신자 배우자에게는 특별한 의무가 있다. “신자 아닌 남편은 그 아내로 인해 거룩해졌으며 또 신자 아닌 아내는 그 형제로 인해서 거룩해졌기 때문입니다”(1고린 7, 14). 이 “거룩하게 함”이 배우자의 그리스도교 신앙으로 자유로운 개종을 가져온다면, 그것은 그리스도교 신자인 배우자와 교회에 큰 기쁨이 된다. 부부의 진실한 사랑, 가정적 덕행의 겸손하고 참을성 있는 실천, 그리고 끊임없는 기도는 신자 아닌 배우자가 개종의 은총을 받아들일 준비를 갖추게 한다.



6. 부부애의 선익과 요구


        부부애는 전체성 곧 육체의 본능의 요구, 감정과 애정의 힘, 정신과 의지의 소망 등이 담긴 인격 전체의 모든 부분을 포함한다. 부부애는 육체의 일치를 넘어, 한마음 한 영혼을 이루는 깊은 인격적 일치를 도모하는 것이며, 저 결정적인 상호 증여의 불가해소성과 신의를 요구한다. 그리고 부부애는 출산의 문을 열어 놓는다. 한마디로 이것은 모든 자연적 부부애의 정상적 특성들이지만 그 특성들을 정화하고 강화할 뿐 아니라 승화시켜서 그리스도교적 가치의 표현이 되게 하는 새로운 의미가 덧붙여진다.


1) 혼인의 단일성과 불가해소성


        부부의 사랑은 그 본성상 삶 전체를 포괄하는 인격적 공동체의 단일성과 불가해소성을 요구한다.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마태 19, 6). 부부에게는 혼인에 내포된 상호 증여의 약속에 매일매일 충실함으로써 끊임없이 그 일치를 성장시킬 소명이 있다. 이러한 인간적 일치는 혼인성사를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함으로써 강화되고 정화되며 완성된다. 이 일치는 함께 신앙생활을 하고 함께 영성체함으로써 깊어진다.


        부부가 서로의 완전한 사랑 속에서 남편이나 아내에게 인정해야 할 동등한 인격적 존엄성은 주께서 확인하신 혼인의 단일성을 밝혀 준다. 일부다처제는 이러한 동등한 존엄성과 유일하고 독점적인 부부애에 어긋난다.

2) 부부애와 신의


        부부애는 그 본질상 절대적인 신의를 요구한다. 이는 스스로 상대방의 배우자가 된 부부가 서로 상대에게 자신을 내어 준 결과이다. 사랑은 본래 결정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사랑은 상황이 달라질 때까지만이라는 한정적인 것일 수는 없다. “두 인격이 서로 내어 줌으로써 이루어지는 이 깊은 일치는, 자녀의 행복 못지 않게, 부부의 완전한 신의와 그 일치의 불가해소성을 요구한다”(사목헌장 48항).


        부부 신의의 가장 심오한 동기는 계약에 대한 하느님의 성실하심과 교회에 대한 그리스도의 신실하심이다. 부부는 혼인성사를 통해서 이 진실성을 표현하고 증거할 자격을 가진다. 혼인의 불가해소성은 성사를 통해서 새롭고 더 깊은 의미를 받는다.


        평생을 기약하고 한 사람과 결합하는 것은 어렵게 생각될 수도 있고 심지어 불가능하게 여겨질 소도 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우리를 결정적이며 돌이킬 수 없는 사랑으로 사랑하시고, 부부들은 이 사랑에 참여하며, 이 사랑이 그들을 지탱하고 힘을 주며, 또 그들이 신의를 지킴으로써 하느님의 성실한 사랑의 증인이 될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종종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증거를 보이는 부부들은 교회 공동체의 감사와 지지를 받을 만하다.

3) 출산을 기꺼이 받아들임


        “혼인제도와 부부애는 그 본질상 자녀의 출산과 교육을 지향하고 있으며, 그로써 부부애는 절정에 다한다”(사목헌장 48항). 부부애의 출산력은 부모가 교육으로 자녀들에게 전해 주는 도덕적이고, 영적이며, 초자연적인 생활의 결심에까지 미친다. 부모는 자녀의 첫째가는 가장 중요한 교육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혼인과 가정의 근본적인 의무는 생명에 대한 봉사이다.


        하느님께 자녀들을 선사 받지 아니한 부부들은 그래도 인간으로서나 그리스도인으로서 풍요로운 의미를 가진 부부생활을 누릴 수 있다. 그들의 혼인은 풍요로운 사랑과 친절과 희생으로 빛날 수 있다.



7. 가정교회


        그리스도께서는 요셉과 마리아의 성가정에서 태어나 자라기를 원하셨다. 교회는 다름 아닌 “하느님의 가정”이다. 초기부터 교회의 핵심을 이룬 이들은 흔히 “온 집안과 함께” 믿게 된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개종할 때에는 “온 가족이” 구원되기를 바랐다. 신앙인이 된 이 가정들은 믿지 않는 세상 가운데 산재해 있는 그리스도교 삶의 작은 섬들이 되었다.


        흔히 신앙에 대해 무관심하며 적의까지도 품은 이 세상에서 이 시대의 신앙인들의 가정은 활력이 넘치고 빛을 발하는 신앙의 요람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가정을 오래된 표현에 따라 “가정교회”(교회헌장 11항)라고 부른다. 가정에서 부모들은 “말과 모범으로 자녀들에게 신앙을 가르치는 첫 스승이 되어야 하며, 자녀 각자의 소명, 특히 사제성소나 수도성소를 특별한 배려로 육성하여야 한다”(교회헌장 11항).


        가장과 어머니, 자녀들, 즉 온 가족이 세례로 받은 사제직은 성사를 받으며, 기도하고 감사드리며, 거룩한 생활의 본을 보임으로써, 그리고 극기와 행동하는 사랑으로써 특히 가정 안에서 수행된다. 이렇게 가정은 그리스도교 삶의 첫번째 학교, “풍요한 인간성을 길러내는 학교”(사목헌장 52항)이다. 인내와 노동의 기쁨, 형제애, 거듭되는 너그러운 용서, 그리고 특히 기도와 삶의 봉헌을 통해서 하느님을 경배하는 것을 배우는 곳이 가정이다.


        우리는 또한 수많은 독신자들을 기억하여야 한다. 그들은 본의 아니게 자신이 처한 구체적 상황으로 인해 예수님의 마음에 특별히 가까워진 사람들이다. 교회와 특히 사목자들은 특별한 애정과 적극적인 배려로 그들을 보살펴 주어야 한다. 그들 중 상당수가 가난 때문에 진정한 가정이라고 할 수 없는 여건에서 살고 있다. 그 중에는 참된 행복 선언의 정신으로 하느님을 섬기고 이웃에게 봉사하면서 모범적으로 사는 이들도 있다. 이 모든 사람들에게 ‘가정교회’인 가정의 문과 큰 가정인 교회의 문을 열어 주어야 한다. 세상에 가정 없는 사람은 없다. 교회는 모든 이들의, 특히 ‘수고하고 짐을 진’(마태 11, 28) 사람들의 집이고 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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