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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과 전례
작성자 농민주일
작성일 2008년 7월 17일 (목) 16:08
분 류 행사강론
ㆍ추천: 0  ㆍ조회: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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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민주일 강론 모음 ”
 

농민주일



1. 최기산 신부(가) / 2                   2. 박종충 신부(나) / 4

1.           농민주일/ 연중 재16주일  (마태 13,24-43)  (가)-  “밀과 가라지"

                                                                        최 기 산 신부



옛날 시골에는 천수답이 많았던 관계로 동네 사람끼리 물싸움을 많이 했다. 개울에서 내려오는 물은 적은데 위에서 몽땅 쓰고 나면, 아래에서는 모도 심지 못할 형편이어서 서로가 옥신각신하다가 급기야 치고 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되면 서로 원수가 된다. 언젠가는, 물싸움을 하다가 상대방의 논둑을 뚫고 물을 몽땅 흘려보내는 보복을 하여, 경찰이 오는 소동도 있었다.



이런 것이 우리나라의 원수갚는 형태였다면 약 2000년전의 이스라엘과 이집트 지방에서는 원수진 사람의 밭에 가 지를 몰래 뿌려놓는 정말 고약한 일들이 벌어졌다. 후덥지근한 열대성 기후에다 우기인지라, 비가 알맞게 내리면 밀과 가라지는 매일이 다르게 자라난다. 밀과 가라지는 너무나 비슷하여 농부들조차도 구별이 어려웠으니, 보통 사람들이 구별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농부들은 밀이나 가라지에게 똑같이 거름주고 김을 매주어야 했다. 판별의 날은 그들을 줬을 때다.



우리나라에서는 논에서 자라는 ‘피' 라는 식물이 있는데, 이 또한 벼와 너무나 흡사하여 구별하기 힘들다. 결국 다 자란 다음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나면 명확히 드러난다. 사람인들 다르겠는가! 도둑과 보통사람이 어디가 구별되는가? 오히려 도둑이 더 상판이 그럴싸하게 펑퍼짐하고 복스러울 수도 있다.



종의 성급함



가라지를 팼을 때 비로소 종은 알아보고, 주인에게 식식거리며 달려가서 아뢰었다. “주인님, 주인님, 큰일입니다. 어인 일로 밭에 가라지가 그리도 많습니까! 어서 뽑아야겠습니다. 명령만 내리십시오. 한시가 급합니다." 일꾼은 화가 나서 어서 빨리 가라지를 뽑아야겠다는 생각만 하였다. 그에겐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주인의 사려 깊음 일꾼은 하나만 생각하고 둘은 생각지 못했으나, 주인은 둘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만사를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가라지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밀에 중심을 두고 있었다. 가라지는 밀에 엉겨 붙어있기에 가라지를 잘못 뽑다간 밀이 뽑힐 가능성이 많았다. 그걸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가라지가 나쁜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밀이 하나라도 다치면 안 된다고 믿고 있었다. 이것은 종으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종은 얼마간의 밀이 훼손되더라도 가라지를 박살내면 후련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복음의 메시지 세상은 밀과 가라지가 공존하는 것처럼 선과 악이 공존한다. 선인과 악인이 공존한다. 그뿐이 아니다. 교회 안에도 선인과 악인은 공존한다. 그런데 우리는 때때로 너무 성급하게 판단한다. 일꾼이 주인에게 조르듯이 그렇게 조르는 것이다. “주님, 어찌하여 저 못된 놈들을 그냥 두십니까? 어서 악인들이 끝장나게 하십시오" 라고 투덜거리기도 한다.

마치 가라지가 양분을 다 섭취하여 정작 밀은 비실비실 말라가고 있다는 듯이, 악인들이 이 세상에서도 호의호식하는 바람에 의인은 고난 속에서 살수 밖에 없다는 푸념을 늘어놓기까지 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그대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악인을 제거하려다 가는 선인들이 다친다. 선인들도 악인들과 무관할 수는 없다. 그들의 친척도 되고 친구도 되고 이웃도 된다. 그러니 마지막 날까지 기다리자. 그때는 분명히 판가름날 것이다." 그때는 따로따로 거둘 수 있기 때문에 뿌리를 다칠 필요도 없어진다. 뿌리가 다친들 어떠하랴! 알곡만 거두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서두르는 병이 있다. ‘빨리, 빨리!' 한국말 중에 외국인이 제일 잘 아는 말일 것이다. 동남아, 유럽의 음식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수도 없이 이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인내. 기다림.' 이 단어들은 우리 민족에게 화두처럼 중요하게 여겨진다.



하느님 나라가 오기까지 우리는 참고 기다려야 한다. 농부가 가을 추수를 기다리듯이 그렇게 기다려야 한다. 추수 때가 오면 옥석은 가려진다. 밀과 가라지는 가려진다. 선인과 악인은 가려진다. 그 추수의 때를 우리는 심판의 때라고 한다. 올해는 유난히 많은 종말론자들이 사기충천해 있다.

왜냐하면 추수 때가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추수의 시기는 주인께서 정하실 것이다. 종들이 왈가왈부 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종말이 왔다느니, 가라지가 끝장날 때가 왔다느니 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들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인간은 약하디 약한 존재 인가보다.



완성된 하느님의 나라는 종말이라는 수순을 거친 다음에, 우리에게 주어진다 종말의 때가 되면, 추수 때 알곡은 거두어서 비도 맞지 않고, 새도 쥐도 파먹지 않는 창고에 보관되는 것처럼 의인들은 하느님 나라에 가지만, 가라지 같이 악을 저지르며 한평생을 살다가 악한 모습으로 죽어간 사람은 불구덩이에 던져질 것이라는 말씀은 소름돋게 한다.



가라지는 위선자의 상징이다. 가라지는 기생충처럼 밀에 붙어서 살아간다. 이 세상도 위선자가 넘쳐난다. 가라지 같은 인생이 밀과 같은 인생으로 바뀔 수는 없는가! 오늘날 종의 변화가 가능하게 되어가고 있다. 감히 인간의 힘으로 종의 변화가 가능하다면 하물며 하느님께서는 가라지에서 밀로의 변화를 얼마든지 가능케 하실 것이다. 나는 가라지는 아닌지? 순수한 가라지는 많지 않겠지만 가라지에 사로잡힌 상태는 아닌지?



2.        연중 제 16 주일(농민주일) (나) 벼와 피사리

                                                                          박종충 신부



이맘 때 농촌에서는 ‘피사리’가 한가지 걱정입니다. 제초제를 써서 초기에 확 없애버린다고 하지만 그래도 피가 있습니다. 피는 벼의 조상입니다. 벼농사를 짓기 전에는 피농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피와 벼는 아주 비슷해 보입니다.



피를 뽑는다고 멀쩡한 벼를 뽑아내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닙니다. 아직 덜 자란 피를 골라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벼가 아직 작을 때에는 이제 겨우 굳은 논바닥에 굵은 다리를 가진 거미처럼, 두터운 잎새를 가진 난초처럼 보이는 숲이 예쁘게 엎드려  있습니다.



이것이 피이니 그냥 손가락으로 긁어내면 됩니다. 좀더 자라면 잎이 벼보다 좀더 매끄럽고 윤이나며, 폭이 좁아 날씬해 보이고 잎가운데로 주욱 뻗은 흰굴대에 붉은 빛이 돕니다. 그래서 벼포기를 일일이 들여다보기 보다는 멀리서 가만히 응시하면 바람에 흔들리는 잎새에 햇빛이 반짝여 언뜻 붉은 기운이 스칩니다. 그 근처를 오면 꼭 피가 보입니다.



이런 농부의 손길을 피해 자라난 피는 벼보다 더 잘 자라고 포기도 큽니다. 이삭이 패이기 시작한 논을 지나다보면 벼보다 웃자란 피가 여기저기 키를 자랑합니다. 피가 많으면 ꡒ벼농사가 아니라 피농사를 지었군ꡓ하고 웃습니다. 피이야기를 하였습니다만, 결국은 필요한 사람대신에 자리를 차지한 불필요한 사람이야기입니다.



피 그자체가 악은 아닙니다. 나름으로 쓸모가 있습니다. ꡐ벼와 피는 한 핏줄ꡑ이라는 격언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사리는 계속됩니다. 농사짓는 목적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오늘, 너른 들판의 벼들을 보며 주님의 비유말씀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짐해 봅니다. ꡒ피가 아닌 주인님의 농사목적에 맞는 벼로 자라 곳간에 거두어들일 삶을….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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