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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과 전례
작성자 강론모음
작성일 2007년 11월 25일 (일) 14:48
분 류 성탄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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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탄 대축일 낮미사 ”
 

16.              예수 성탄 대축일 <요한 1,1-18> (나) 빈 구유로 살게 하소서 

                                                                김영진 신부





교우들과 함께 성당 마당 가운데 예수님이 태어나실 외양간을 만들었다, 외양간에는 해마다 새끼를 밴 커다란 암소를 3일 동안 매어 놓았는데, 요즘엔 이 시골에도 소를 끌어다 며칠씩 매어 놓는 것이 쉽지 않아, 지난해부터는 그 큰 외양간에 까만 염소를 갖다 놓았다.



옛날 시골 농가에서 소의 밥그릇으로 사용하던 크고 긴 구유를 갖다놓으니, 보는 교우들마다 좋아한다. 외양간 짚더미 속에서 첫 울음을 터뜨리신 예수님, 한움큼의 바람이라도 막아볼까 하여 요셉은 예수님을 덜렁 들어 소의 밥그릇인 저 구유 속에 넣었을 테고, 피와 땀을 쏟으며 아기 예수를 낳으신 성모님은 아프고 지치고 피골이 상접하신 모습으로, 막 태어나신 아들 예수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이해하기 힘든 하느님의 계획, 즉 구원의 신비를 생각했으리라, “세상을 구원하실 구세주를 외양간에서 낳게 하시다니"하면서 말이다.

  

사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신부인 나 자신도, 성탄이면 판공, 방문, 피정에다 영세준비로 바쁘게 지내기 일수였을 뿐, 그리고 성탄이 끝나기 무섭게 휴가를 떠나는 계획을 가졌을 뿐, 나 자신을 저 구유에 눕혀보려 하지 않았다. 옛말에 무감어수(無鑑於水), 즉 물에다 자신을 비추어 보지말고 감어인(鑑於人), 즉 사람에다 자신을 비추어 보라 하였거늘, 나는 오늘 물도 사람도 아닌 예수님이 누우셨던 저 구유에다 나를 비추어 보고 싶다.


차디찬 외양간에서 태어나, 구유 속에 눕혀져 지푸라기들을 이불로 삼으셨을 예수님에 비하여 따뜻한 안방 아랫목에서 태어나 포근한 이불로 감싸였던 나, 머리 둘 곳조차 없이 적빈으로 사셨던 예수님에 비하여, 자동차도 있고, 사제관도 있으며, 밥해주는 아주머니에다 일을 도와주는 사무장도 있는 나, 두벌 옷도 없이 사셨던 예수님에 비하여, 옷장에는 옷이 가득, 이불장에는 이불이 가득한 나, 낮은 곳으로 낮은 사람들을 찾아,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셨던 예수님에 비하여, 높은 자리로 높은 사람을 좋아하며 더 높게 더 크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나, 생각이 깊어질수록 부끄럽고 죄스러운 마음뿐이다.



그냥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주는 선물 받고, 판공성사와 영세식, 성탄 미사 잘 드리고 카드 몇 장 사다가 대충 적어서 여기저기 인사하면 될 일인데, 올 해 따라 왜 다 썩어빠진 구유를 들여다보며 침울한 표정으로 청승을 떨고 있는가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비어있는 구유가 내 마음을 쉽게 놓아주지를 않는 듯, 나는 그냥 구유 앞에 서 있다.



나는 무엇을 담고있는 구유인가



나라고 하는 구유는 어떤 구유인가! 자존심과 교만이 가득 차 있는 구유요, 죄악과 욕망이 가득 차 있는 구유이며, 재물욕과 명예욕으로 가득 차 있는 구유는 아닌가! 빈 구유 속에 예수님이 임하셨듯, 빈 마음에라야 예수님이 임하시는 것이거늘, 나는 어쩌다 아기 예수님 울음소리 한가닥 담을 수조차 없는 교만과 욕망으로 가득 찬 병든 구유가 되었는가,

  

옛날 어느 수도원에 한 방문객이 찾아와서 자신의 고민과 미래에 대한 상담을 하고 있었다, 상담을 들어주던 수사님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방문객의 찻잔에 차만 계속 따르고 있었다. 차는 찻잔을 넘쳐흘러 방바닥까지 흥건하게 적시고 있었다. 스스로의 이야기에 도취되어 떠들어대던 방문객은 방바닥이 젖어가도록 찻잔에 차를 계속 따르고 있는 수사님의 손을 덥석 잡으며, “잔이 넘쳐흐르는데 왜 계속하여 따르십니까?"라고 말했다.



그러자 수사님은 “이 찻잔과 마찬가지로 당신의 마음은 너무 많은 것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마음의 잔을 비우지 않으면, 나는 당신에게 아무것도 가르쳐 드릴 수가 없습니다"고 말했다.  사실인즉 자기라는 구유 속에 돈이 가득하여 하느님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많고, 지식이 가득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못 듣는 이가 많으며, 명예가 가득하여 겸손되이 봉사하기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다.

  

성탄은, 자신의 마음에 빈 구유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공과 인기를 위하여 수십년간  오르막 길로 추구하던 발길을 돌려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어 남을 섬기며, 사랑하고 봉사하는 내리막 길로 향할 때, 빈 구유는 가능하다.

위대하신 하느님이 초라한 인간의 모습으로 자신을 낮추어 내려오시는 모습, 그것이 바로 빈 구유의 신비인 성탄이다. 초라한 인간의 모습으로 빈 구유 안에 오신 하느님은, 인간이란 초라하면서도 동시에 하느님의 품위를 지닌 존재임을 빈 구유 안에서 가르쳐주셨다.



이번 성탄에는 하느님을 담을 수 있는 빈 구유를 만들어보자. 나라고하는 구유 안에 재물욕과 명예욕으로 가득 찬 오물을 쏟아버리고, 하느님을 담을 수 있는 사랑과 용서와 겸손과 봉사의 구유, 은총과 진리를 담을 수 있는 구유를 만들어 보자.



메리 크리스마스 외칠 자격 있나



성탄이 되었다고 아무나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칠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다. 성당에 나오는 유치부 어린 아이 하나가 “신부님, 예수님은 왜 1년마다 한번씩 계속 태어나세요?"하고 묻길래, “야고보야, 예수님은 사랑하고 용서할 때마다 우리마음 속에 태어나시는 거야, 크리스마스가 되어도 사랑하고 용서하는 마음이 없으면 예수님은 안 태어나시는 거야"라고 말해 주었더니, “신부님, 그러면 날마다 아침에도 저년에도 태어나실 수 있겠네요. 나는 어제 아침에 내 동생이 까분 것을 용서해주고 사랑해주었으니까요."


그렇다, 성탄이라고, 아무나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칠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과 용서, 희망과 겸손을 가진 자만이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칠 자격이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미움과 증오를 털어버린 빈 구유엔, 절망과 좌절을 털어버린 빈 구유에, 교만과 위선을 털어버린 빈 구유에, 예수님은 태어나실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담고 있는 구유인가! 세상의 온갖 오물을 가득 담고 있는 구유인가, 아니면 사랑이요 용서이며 희망이요 겸손이신 예수님을 담고 있는 구유인가! 예수님, 당신을 담을 수 있는 빈 구유로 살게 하소서.













17.            예수성탄 대축일 (나해)    빛으로 오신 예수님          

                                                     강길웅 신부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이 여러분 모두에게 빛과 희망과 구원이 되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특히 어렵고 힘들었던 분들, 슬픔과 걱정에 짓눌리셨던 분들에게 참 기쁨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오늘 1독서에서 이사야는 외칩니다. "어둠 속을 헤매는 백성이 큰 빛을 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성탄은 어둠 속을 고통스럽게 걸었던 분들에게 참 빛으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가난으로 고생하셨던 분들, 온갖 질병으로 신음하셨던 분들, 또한 온갖 죄의 불행 속에서 몸부림쳤던 분들에게 예수님은 빛으로서 찾아 오셨습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제가 청소년 시절에 가출했을 때의 일입니다. 철없는 마음으로 불쑥 집을 나서기는 했지만 막상 갈 곳이 없었습니다. 친구들을 생각해 봤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았습니다. 이 세상에 내 마음을 이해해 줄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고 또 아무나 붙들고 속없는 불만을 털어놓을 수도 없었습니다. 세상이 넓어도 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갈 곳이 있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성당으로 갔을 때 거기서 나를 받아 주신 그때의 예수님을 저는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동행'이라는 대중가요가 있습니다. 그 가사 중에는 '누가 나와 같이 함께 울어 줄 사람 있나요.'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저는 그 노래를 부를 때마다 예수님을 생각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릴 때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 천지가 아무리 넓어도 우리가 어려울 때 찾을 수 있는 분은 오직 예수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답답하며 고생스럽다 해도 예수님을 붙잡고 매달리면 거기에 바로 희망이 있고 구원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만이 인생의 진정한 빛의 인도자요 동행자이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천사가 외쳤습니다. “오늘 밤 너희 구세주께서 다윗의 고을에 나셨다. 그분은 바로 주님이신 그리스도이시다." 이 말은 또 이렇게 들을 수 있습니다. “오늘 밤 너희 인생 안에 예수님이 나셨다. 그분은 바로 주님이신 그리스도이시다." 맞습니다. 우리 안에 예수님이 꼭 탄생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성탄의 의미가 우리 인 생을 환하게 밝혀 줍니다.



우리는 지금 아기 예수님으로 오시는 주님을 가슴 뜨겁게 영접하고 있습니다. 그분이 하느님의 아들이요, 그분이 구세주요, 그분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으로서 인류를 찾아오셨다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믿는 사람들의 상당수도 참 주님을 영접하지 못하는 모순이 생기게 됩니다. 열심히 기다렸는데 만나지 못합니다. 메시아를 수백 년 동안 학수고대했으면서도 예수님이 오셨을 때 그분을 만나 지 못했던 유대인들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주님의 성탄을 기뻐하면서 우리도 예수님과 함께 다시 태어나는 신앙을 가져야 합니다. 예수님이 수백 번 탄생하신다 해도 바로 내 안에 탄생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며 예수님이 수천 번 오신다 해도 내가 그분 때문에 변화되지 않는다면 주님 강생의 의미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예수님의 탄생을 마음으로부터 기뻐하고 축하하면서 내 자신의 새로운 변화를 꾀해야 합니다.



어떤 형제가 수십 년 동안 화투에 묶여 있었습니다. 그렇게 안하려 해도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노름을 하게 되었으며 그래서 가정 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자기 마누라 반지까지도 몰래 팔아먹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도박도 병이라는 사실을 알고나서는 화투에서 손을 완전히 끊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노름에서 해방되었으며 가정에 진정한 평화와 기쁨이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그가 성탄 때 그랬습니다. “저도 예수님과 함께 다시 태어났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다시 말해 우리 자신의 새로운 변화를 말합니다. 아기 예수님을 우리 안에 모시면 우리가 변화됩니다. 우리가 다시 태어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변화되면 주님이 우리 안에 언제고 다시 태어나십니다. 따라서 주님 탄생의 진정한 의미는 예수님의 강생으로 세상에 구원이 왔고 은총의 세계가 활짝 열렸듯이 우리 자신에게도 바로 그와 똑같은 구원과 은총의 세계가 활짝 열려야 한 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습니다.



대단히 어폐있는 말 같지만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어 오실 때 우 리 자신도 하느님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죄많은 인생이 하느님이 된다는 말 자체가 뚱딴지같지만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오셨다는 것은 우리가 또한 그분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 어 주신 것입니다. 특히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하느님을 목말라 했던 사람들, 그들은 진정 하느님의 큰 빛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성탄을 축하드리며 은총의 새해를 여시기 바랍니다.











 18.             예수성탄 대축일 <요한 1,1-18> ‘말씀’은 지금도 사람이 되어오신다

                                                                유영봉 신부



묵상 : 하늘과 땅의 입마춤은 땅이 하늘로 올라감으로가 아니라, 하늘이 땅에 내려오심으로 이루어졌다, 여기에 하늘의 땅에 대한 사랑이 드러난다. 지금도 우리가 그분께 마음을 열기만 하면, 영원하신 ‘말씀'은 우리 안에 태어나신다,



        1.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



우리는 주님의 성탄 축일을 맞았다. 어떤 시인은 성탄의 신비를 일컬어 ‘하늘과 땅의 입맞춤, 영원과 시간의 만남'이라고 노래하였다. 그렇다. 어찌 인간의 생각으로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하느님께서 죄 많은 인간을 구원하시려고 당신의 아들을 보내신다는 것을,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은 하늘과 땅의 입맞춤은 인간이 하느님께로 올라가서 된 일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자신을 낮추어 오심으로 되었다는 사실이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강생의 신비를 설명하면서 '인간으로 하여금 신(神)이 되게 하기 위하여, 신이 인간이 되어 오셨다'고 하였다, 여기에 하느님일 인간에 대한 사랑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2. 초월자(超越者)이면서 임마누엘이신 하느님

  

오늘 복음에서 요한 사도는「‘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셨는데,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고 하신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께서 영원한 침묵 가운데 인간에게 건네신 ‘말씀'이시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세상을 창조하시고, 피조물을 무한히 초월하시어, 영원에서 영원에까지 계시는 분이시다. 그러나 그분은 우리를 사랑하시어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 중의 하나가 되심으로 우리 가운데 오셨다. 그리하여 우리와 함께 계신 주님 ‘임마누엘'이 되셨다.



이제 인간의 역사는 인간들만의 역사가 아니라,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의 역사 안에 뛰어드신 주님과 함께 뛰어 가는 역사가 되었다. 왕자와 결혼한 거지는 왕비가 되듯이, 그분이 우리 인간의 역사에 뛰어드심으로, 인간과 인간세계의 모든 것이,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이 구원받게 된 것이다.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된 것이다.



이 세상은 더 이상 죽음의 골짜기일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사랑하신 사람이고, 친히 사신 세상이기 때문이다. 주님 안에, 주님과 함께 할 때 세상만사는 전혀 새로운 뜻과 모습과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성탄은 구원의 축일이다.


         3. 강생(降生)의 신비 역사속 계속



성탄 판공성사를 주기 위해 5~6시간씩 고백소에 앉아있다 보면, 참으로 온 몸이 뒤틀리는 때가 많다. 신부들은 성탄과 부활 판공성사를 주면서 평소의 모든 허물에 대한 보속을 다 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예배당에서는 일찌감치 높은 종각에서 땅에까지 닿는 성탄 트리에 점화를 하고는 판공성사 없이도 성탄을 잘 맞는 듯하다. ‘목사님들은 판공성사가 없어서 좋겠다'고 하던 보좌신부의 말이 생각난다,



그러나 성탄은 주님께서 우리 안에 새롭게 태어나셔야 참 성탄이 아닐까? 영원하신 ‘말씀'이 사람이 되시는 강생의 신비는 우리 안에서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낮은데로 임하시는 그분이 우리 안에 태어나시도록 해야한다. 그런데 성탄트리, 송년파티, 친구에게 줄 선물을 위해서는 많은 돈과 시간을 쓰면서도, 기도나 판공성사나 불우한 이웃을 위해서는 인색한 성탄은 아닌가? 본당이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반성해볼 일이다.



        4. 말씀이 우리 안에 계시도록 



‘너 없이 너를 창조하신 주님께서는, 너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신다'고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말씀하셨다. 주님께서는 오늘도 우리 안에 오시고자 하시고 우리를 통해 당신의 구원역사를 계속하고자 하신다. 그 길은 어디에 있는가?


예수께서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말을 잘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나의 아버지께서도 그를 사랑하시겠고, 아버지와 나는 그를 찾아가 그와 함께 살 것이다'(요한 14,23)고 하셨다. 성서 말씀을 맘에 모시고 살 때, ’말씀'은 우리 안에 태어나신다.



주님께서는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요한 6,56)고 하셨다. 성체를 모시고 내 안에 오신 그분과 함께 의논하며 살 때, ’말씀'은 새롭게 우리 안에 태어나며, 그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불우한 이웃 안에 사랑으로 내려갈 때, ‘말씀’은 우리 안에 태어나신다. ‘말씀'을 모시면 우리는 성전이 되고 작은 예수가 된다. 성탄시기는 특별히 강생의 신비를 사는 기간이다.

      

















 19.        예수성탄 대축일 <요한 1,1-18>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셨다.

                                                           변희선 신부



나는 며칠 전 서울 정능동 성당에서 대림절 특별 강론을 마치고, 나의 초등학교 4학년 담임이셨던 허영회 선생님을 30여년 만에 만나 뵈었다. 이날 나에게 해주신 허선생님의 체험담을 들어보자.

  

1962년 3월 5일 교육대학을 갓 졸업한 허 선생님은 강원도 홍천군 내면 광원초등학교에 부임하였다. 험하고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한 여름에도 물에 들어가기 어려운이 곳의 사람들은 주로 화전민이었다.

부임한지 삼일째 되는 날, 교장실에 불려간 허 선생님은 황당무계한 일 겪었다. 3명의 학부모들이 교장선생님에게 항의하기를, 「이 사람이 당신이 데려온 새 선생이요. 지난 번 선생은 하루에 수업을 4시간만 했는데, 어째서 이 새파란 선생은 6시간을 하나요? 우리 애들이 일찍 집으로 돌아와야, 농사일을 시킬 수 있잖소」

  

험악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허선생님은 나라의 법도를 어길 수 없다면서 학부모들을 간곡하게 설득하여 돌려보냈다.

같은 해 12월 1일 새벽 허 선생님은 새로이 개교하는 홍천읍의 석화초등학교로 전근하기 위하여 하숙집 문을 나섰다. 집 앞에는 하얗게 흰옷을 입은 온 동네사람들과 전교생이 모여있었다. 두 학기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6시간의 수업을 엄격히 해주신 것에 감사하는 순박한 마음들이 모인 것이다.

  

지금도 허 선생님에게 가슴이 아픈 일은, 점심 도시락을 준비 못해서 굶는 어린이들과 아니면 구운 옥수수나 도토리 밥을 먹는 학생들이, 멀어져 가는 버스 뒤를 수 백미터나 뜀박질로 자신을 배웅하던 장면이다. 이 말씀을 내게 해주시는 허선생님의 눈시울에 이슬이 맺혔다. 그 순간 나는 선생님의 눈물 속에서 진리와 사랑의 빛을 보았다.



지금 우리는 그야말로 눈감으면 코 베어 가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몇 일 전에는 3억원 정도의 빚이 있는 슈퍼의 주인이, 술에 취해 자다가 두 발목을 절단 당했고, 지나 9월에는1,500만원의 보험금을 노린 아버지가 초등하교에 다니는 아들의 손가락을 자르고 강도극을 꾸몄으며, 지난달에는 경남 진주의 한 초등학생이 「선생님들! 왜 생사람 잡으세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였다.

  

「어둠 속을 헤매는 백성」인 우리에게 정말 큰 빛이 간절히 필요하다. 거짓과 탐욕과 불의와 미움이 판을 치는 어둠 속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그 빛이 이미 오셨지만 그 빛을 알아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게 슬픈 현실이다. 또 다른 이야기를 들어보자.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영국 와링턴 근처의 한 성당은, 예수성탄전야 미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적군의 공습 때문에 밤에는 소등을 해야 했으므로, 어둠 속에서 미사를 드려야 했다. 이날 성당의 앞자리는 특별히 독일문과 이태리군의 포로신자들이 미사에 참석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성당의 유일한 오르간 연주자가 몸이 아파서 음악이 없는 미사가 될 지경이 되고 말았다. 미사 주례자 로치훠드 신부님께서 이 소식을 알리자, 한 독일군 포로가 반주를 자원하였고 로치훠드 신부님은 이 것을 허락하셨다.



그 독일군 포로가 조용히 그리고 거룩하게 성탄 성가를 연주하자, 성당 안은 감격과 기쁨의 눈물로 가득하게 되었다. 이 날밤 성당 안의 신자들은 어둠 속에서 주님의 거룩한 진리와 사랑의 큰 빛을 보았다. 비록 길가와 창가는 소등으로 어두웠지만 와링턴 마을에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성탄의 빛이 켜졌다.

  

이 세상이 아무리 어둡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마음을 가다듬고 주님께로 향하면, 누구든지 결코 꺼지지 높는 진리와 사랑의 빛을 볼 수 있다. 수많은 허영회 선생님이 우리 곁에 계시며, 수많은 독일군 포로가 우리에게 감동의 빛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그리고 우리도 두려움을 버리고, 진리와 사랑의 빛이신 예수 아기께로 달려가서 경배를 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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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대림 제 3주일 주일강론 모음 주일강론모음 2007-11-25 7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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