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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과 전례
작성자 성민호 신부
작성일 2008년 9월 6일 (토) 21:32
분 류 행사강론
ㆍ추천: 0  ㆍ조회: 4662      
IP: 218.xxx.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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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님 봉헌축일 ”
 

 7.            주님 봉헌축일                 봉헌 정신

                                                         성민호 신부





오늘은 주님께서 구약의 율법에 따라 당신 자신을 하느님 아버지께 바치신 봉헌예식과 아울러, 성모님의 정결예식을 기념하는 주의 봉헌 축일입니다. 주님께서는 이미 천주 성자이시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봉헌될 필요가 없고, 성모 마리아 역시 성령의 강림으로 초자연적인 임신을 하셨기 때문에, 구태여 정결예식을 치를 의무가 없지만, 그분들이 율법을 따르신 것은 어디까지나 우리에게 율법준수와 봉헌정신, 그리고 겸손과 순명의 모범을 보여주시기 위함입

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하느님께 무슨 은혜를 받았으면, 반드시 감사의 표시로 예물을 바쳐야 한다는 봉헌정신을 가르쳐주시기 위하여, 마리아와 요셉은 아기 예수님을 데리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가, 주님의 율법대로 소박한 예물을 바치셨습니다. 이처럼 하느님께 예물을 바치는 것은, 하느님께 받은 것을 그분의 은혜라고 생각하면서 감사드리려는 갸륵한 행위이기에, 참으로 훌륭한 경신례이며,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는 아주 적절한 방법입니다. 봉헌정신이 없으면 하느님을 섬긴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하느님께로부터 무수한 은혜를 받으면서 살아갑니다. 우리 자신뿐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따지고 보면 거저 받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마땅히 예물을 바쳐 하느님께 감사표시를 해야 할 것입니다. 진정한 감사는 봉헌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봉헌하지 않는 것은, 배은망덕한 행위이며 파렴치한 짓입니다. 봉헌해야 한다는 정신자세야말로 바로 율법의 정신이며 하느님의 의향인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과 은혜를 조금이라도 깨닫고 체험한다면,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사랑과 감사의 증표로 주님께 선물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뜻이라면 우리 자신뿐 아니라 우리 가정, 우리의 모든 것을 바쳐야 합니다.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일이라면 우리의 시간이나 재능, 재물이나 명예는 말할 것도 없고 생명까지라도 기꺼이 바칠 수 있어야 합니다.

  

진심에서 우러나는 봉헌이라면, 가장 소중한 것을 바치는 법이며, 아까워하는 것은 믿음과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예물의 양을 따지지 않고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봉헌하느냐를 보십니다. 비록 우리가 한푼을 바치거나 한 시간을 희생하더라도 쓰고 남는 것을 바쳐서는 안되고, 가장 요긴한 것을 정성껏 바쳐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예물이며 하느님께서 수천 배로 갚아주실 봉헌입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에서는 주의 봉헌 축일에 자기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수도자의 허원식이 많이 거행되며, 제대초를 봉헌하는 신자들의 관습이 생겼습니다. 자신을 태워 주위를 밝히는 초처럼 우리도 자신을 희생하여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있는 봉헌입니다. 주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당신을 희생하시고 봉헌하심으로써 세상을 비추셨고, 온 인류를 구원해 주셨습니다. 우리 교회는 주님의 십자가상 제사를 재현하는 미사 때마다 주님의 희생정신과 봉헌정신을 상징적으로 잘 나타내는 초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타오르는 촛불을 바라보면서 세상의 빛이 되신 주님의 무한한 사랑을 묵상하고, 우리도 주님을 본받아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될 것을 다짐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상은 밝은 면도 많지만 어두운 면도 많이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나 경제면에서도 그렇고, 문화와 사회면에서도 혼탁하고 어두운 대목들이 많습니다. 윤리와 도덕적인 측면에서는 심각할 정도로 암울하고 부정적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 주위에는 구원의 빛이신 주님을 알지 못하고 암흑 속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라오는 사람은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요한 8.12)라고 말씀하신 주님을 모르는 사람들은 진리와 생명의 빛을 깨닫지 못하고, 어둠 속을 헤매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신앙의 축복을 받은 우리가 모름지기 그들 모두를 주님의 빛으로 비추어 바르고 밝게 살아가도록 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에 주님께서는 “너희는 세상의 빛" 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이제는 우리가 당신 대신 세상을 비추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던 것입니다. 그리고는 이어서 ‘너희도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을 사람들 앞에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6)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의 이러한 명령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가 꼭 지켜야 하는 명령입니다. 우리의 올바른 말과 착한 행동과 모범적인 생활로써 세상사람들을 대할 때, 그들은 우리를 통하여 주님의 빛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처럼 자신을 태우는 희생정신과 봉헌정신이 있어야만 이웃을 비추는 빛이 될 수가 있습니다. 말로만 ‘이땅에 빛을' 밝히자고 수백 번 떠들어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자신을 태우지 않고는 결코 빛을 낼 수 없는 것이 촛불의 원리라면, 우리도 마땅히 자기 자신을 희생하고 가진 것을 봉헌함으로써 실제로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은혜로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시 하느님께 봉헌하고, 이웃과 나눌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으로 세상의 빛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의 복음에서 루가 복음사가는 아기 예수님의 봉헌예식과 성모님의 정결예식을 알려준 다음, 이어서 시므온을 소개하고, 그의 찬양노래를 수록하였습니다. 시므온은 의롭고 경건하게 살면서 세상의 구원을 기다리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러기에 성령께서는 그와 함께 하셨고,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메시아를 살아생전에 꼭 보게 되리라고 알려주셨던 것입니다. 과연 그는 성령의 인도를 받아 세상에 오신 메시아를 직접 뵙고 두 팔에 받아 안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으며, 감격한 나머지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하느님을 찬양하면서, 당신 팔에 든 아기 예수님이야말로 모든 사람들의 구세주요, 참 빛이라고 증언하였습니다.

  

이처럼 우리도 의롭고 경건하게 살면서, 주님의 명을 따라 구원의 길로 매진한다면, 틀림없이 성령께서 함께 하실 것이고 주님을 직접 뵙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바쳐 제단을 밝히는 촛불을 바라볼 때마다 주님의 희생과 봉헌정신을 상기하면서, 그분의 교훈을 따라 의롭고 경건하게 살아갑시다. 특별히 우리도 봉헌정신을 발휘하여 하느님께 감사예물을 바치고,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는 일에 소홀함이 없도록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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